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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단상]형제 갈등의 불행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우리나라 재벌가에서는 가업 승계나 유산 상속 또는 경쟁 등으로 인한 남매, 형제간의 갈등이 소송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가끔 보도되고 있다. 물론 크고 작은 형제간 분쟁과 다툼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가족이 모이는 날이면 은밀하게 쌓인 질투와 불만이 터지기도 한다. 그래서 ‘형제간은 남남'이라는 옛말까지 있다.

형제간 마찰이나 분쟁은 오래전부터 세계 어디에서나 계속되어 왔다. 구약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의 두 아들도 질투로 인하여 농사짓던 형 카인이 양치기 동생 아벨을 살해하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은 아버지 사후 왕권 쟁탈전을 벌이다가 둘 다 죽고 말았고, 조선 시대에 태종이나 세조, 광해군은 권력 쟁취나 왕권 수호 과정에서 형제들을 살해하였다.

성장기에는 의좋게 지내다가 부모의 편애나 차별로 인하여 자녀 간 시샘이 잦게 되고, 각자 가정을 꾸린 후에는 이기심이나 오해, 과욕으로 인하여 다툼이 시작된다. 예체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자녀가 있는 경우에 부모의 집중적인 지원에서 배제돼 불만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형제도 있을 수 있고, 맏이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앞세워 분란을 유발하는 수도 많으며, 자신의 사정만 중시하고 형제들의 상황은 경시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마찰을 빚을 때도 있다. 재산 분배만이 아니라 부모 간병이나 부양, 선묘 관리나 제사와 같은 책임의 전가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형제 수가 많으면 성격도 다르고 공정한 분배에 대한 생각이나 기대도 다양하기 마련이다. 집안일에 기여를 많이 하는 자녀에게는 그 수고와 책임에 상당하는 인정과 보상을 하는 것이 공평하겠지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갈등은 우리가 너무 이기적이라기보다는 서로의 상황과 처지를 이해하지 못해서 상대의 행동과 결과만으로 속단하기 때문에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관점과 차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형제간 불화는 이유야 어쨌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장기의 순수하고 사심 없는 형제애를 상기하면서, 삶이 불화와 갈등으로 인한 분노와 적대감에 휩싸여 보낼 만큼 길지 않음을 유념해야 한다.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 형제간 갈등으로 얼룩진 자신의 생애를 회고해 볼 때 후회하지 않겠는가? 형제간 화목은 부모의 분명한 유지가 없더라도 당연지사임을 진정으로 인정한다면 이를 위한 양보나 관용, 상호이해는 필연적인 것이다.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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