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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발언대]“대선에 진보세력 배제 말라”

김한성 연세대 명예교수

코로나에, 폭염에 내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로 온 나라가 뜨겁다.

우리나라에 선거가 많지만 대통령은 헌법상 행정권의 수반이고 국가원수이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는 가장 큰 국민적 관심사다.

따라서 우리가 뽑을 대통령은 민족의 최대 과제인 분단과 불평등 해소라는 막대한 책무를 인지하고 수행할 능력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출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선거판은 불공정하다. 그것은 박근혜 정권에 의해 자행된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의 피해자이자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전 의원을 원천 봉쇄하고, ‘진보' 세력을 배제한 채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시대의 적폐를 청산하라고 선출한 문재인 정권이 제 역할을 다 하고 내년 대선이 의미가 있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이석기 전 의원을 석방하여야 한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여름 내란음모죄로 기소되어 9년 8개월의 형을 살고 있다. 그의 ‘죄'란 2013년 봄-여름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될 때 어느 강연회에서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상식적인 대응책을 얘기했을 뿐인데 이것을 국가정보원이 내란음모로 각색하였고 검찰과 법원이 동조하여 처벌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에서조차 내란‘음모'는 아니지만 내란 ‘선동'이라는 구차한 명분으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석기라는 정치인이 빨리 석방되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 박근혜 정권의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추천된 김종훈씨를 미국 중앙정보국(CIA) 관련자라고 폭로해 그의 임명을 막았고, 우리 국민의 혈세로 지불한 주한미군 주둔비를 그들이 쌓아 놓고 이자놀이 한다고 비판했으며, 대한민국 거대 언론사들이 운영하는 종편방송에 대해 일대 철퇴를 가할 것을 주장했다. 바로 이런 양심적이고 기개 있는 언행 때문에 박근혜 정권은 미국과 수구세력의 눈치를 보아가며, 이석기 의원을 배제·격리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정부임을 자임한다면 본인에게 주어진 헌법상 사면·복권의 권한(헌법 제79조)을 이번 8·15에 행사하여 이석기 의원과 양심수를 석방하여야 한다. 이른바 촛불 정권 4년 동안 전 정권의 피해자를 방치하다 못해 그 누나까지 죽게 하다니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이번 8·15 특사를 통해 왕년의 인권변호사로서의 명예를 되찾고, 촛불 대통령으로서의 권능을 행사하여 제대로 된 대선판을 깔아 주기 바란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양심수가 있는 나라의 선거', ‘진보가 없는 선거'라는 낙인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선거는 누가 돼도 오십보백보다.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 회복과 남북협력·평화통일 그리고 차별 없는 공동체의 건설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적어도 또 5년간은.

<외부 기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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