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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원포럼]납북귀환어부 명예회복 나서야

주대하 도의원

며칠 전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얼굴엔 항상 미소를 머금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선한 사람입니다. 그런 친구의 입에서 생뚱맞게 “고맙다”라는 말을 듣고는 “뭐가 고마운데?”라고 물었습니다.

친구는 “납북귀환어부 국가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해 조례를 만든다는 이야기 들었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친구의 아버님도 ‘납북귀환어부'였던 겁니다. 저는 친구 아버님이 납북어부였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에 대해 미안해하며, 피해를 입고도 오랜 세월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시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저는 지난해 11월 ‘강원도 납북귀환어부 국가폭력 피해자 등의 명예회복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를 대표 발의했으며, 강제조항 등 일부를 변경해 올 2월 가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조례안의 목적은 납북귀환어부 간첩사건 등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국가폭력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이들을 지원함으로써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인권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것입니다. 분단 이후 반공과 멸공의 광기가 세상을 휘감던 시절 생존을 위해 나침판 하나에 의지하며 망망대해로 나갔던 어부들이 있었습니다. 누구는 명태와 오징어를 쫓다가, 또 누군가는 태풍과 해무 그리고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잘못 잡아 철책 없는 무형의 선을 넘기도 했지만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군에 의해 강제로 잡혀간 어민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기잡이를 나갔을 뿐인데 ‘납북자'가 돼 반공법과 수산업법, 국가보안법을 어긴 범법자 또는 간첩이 됐습니다. 반복된 폭력과 감시 그리고 연좌제 등으로 행복해야 할 삶이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그 깊은 상처는 길게는 70년, 짧게는 근 40년이 지났지만 아물지 않고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북에 납치된 우리나라 국민 3,835명 중 납북어민이 3,729명, 귀환어부가 3,263명, 미귀환 어부가 457명이라고 합니다. 특히 동해안 1,500여명의 어부가 납북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공식 통계 외에 파악되지 않은 분들과 연좌제로 피해를 입은 분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부모, 형제, 자매, 친척이며 우리의 이웃이며 친구입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유린된 인권에 대해 국가는 책임 있는 자세로 그분들의 명예회복과 실질적 피해 보상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그리하여 한 맺힌 그분들의 한과 고통을 해소해야만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지방정부와 국가는 서로 협심해 당시 피해자였던 분들 및 가족을 파악, 사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서둘러 피해 보상을 위한 법률 지원과 실질적 명예회복에 나서야 합니다. 아울러 국가는 특별 지원 전문팀 또는 지원 특별법을 만들어 신속하고 철저히 피해자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납북귀환어부 사건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사건으로 강원도민이 가장 큰 피해자였던 특수한 사건이자 지역의 비극입니다. 그동안 지역의 아픔을 돌보지 못한 면이 있는 강원도가 이제라도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국가는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분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보상을 통해 국가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시간에 관계없이 끝까지 책임진다는 자세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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