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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일반

89세에 히말라야 올랐다

◇히말라야 푼힐 정상에 선 박관겸씨와 가족들.

원주 박관겸씨 해발 3,210m 푼힐 최고령 등정 기록 깨

“5년 전 인공관절 수술 불구 6월부터 매일 체력 길러”

내년에는 상공 9천피트 뉴질랜드 스카이다이빙 도전

“비스따리(천천히), 비스따리. 세르파의 말처럼 차근차근 걷다 보니 히말라야 푼힐에 닿았습니다. 제 도전은 지금부터입니다.”

내년이면 90세가 되는 박관겸(89·원주시)씨의 포부다. 전문 등산인들도 어렵다는 해발 3,210m의 히말라야 푼힐 등정을 마친지 이제 꼭 한 달. 박씨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올 4월 부인과 사별한 후 말을 잃었던 그의 얼굴은 생기를 되찾았고, 발걸음은 씩씩해졌다. 기존 86세였던 히말라야 푼힐 최고령 등정 기록까지 깨 자랑거리도 생겼다.

그는 “걱정은 됐지만 6·25전쟁 때 사나흘 굶고 월남도 해봤는데 그것보다 덜 힘들겠나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며 “평소 히말라야가 얼마나 높은지 궁금했는데 이번에 직접 체험해 보니 정말 높긴 높더라”고 웃었다.

박씨는 지난달 17일 아들인 재범(55)씨와 손주(15) 등 가족들과 함께 히말라야로 떠났다. 푼힐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히말라야 산맥의 여러 트레킹 코스 중 비교적 쉽지만 고산병과 추운 날씨 등을 고려하면 고령자에게 결코 만만치 않은 코스였다.

준비가 필요했다. 박씨는 “히말라야에 가겠다고 결심한 지난 6월부터 매일 수영과 산행, 걷기를 하면서 체력을 길렀다. 느린 걸음 때문에 남들보다 시간은 더 걸렸지만 거뜬히 해냈다”고 말했다. 5년 전 인공관절 수술까지 했지만 그의 열정 앞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히말라야에 10번이나 다녀온 아들 재범씨의 도움도 컸다. 재범씨는 “쉽지 않은 도전에 성공한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럽다”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푼힐 등정에 성공한 박씨는 내년에 뉴질랜드에서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한다. 상공 9,000피트 고도에서 뛰어내리는 고난이도의 스포츠다. 그는 “도전하고, 그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다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삶에 큰 활력이 된다”며 “앞으로도 내 도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원선영기자 haru@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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