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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일반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 그를 다시 기억하다]소양강댐·경부고속道…강원도가 낳은 한국경제 거목 시대를 通하다

아산 서거 20주기 추모사진전 이목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생애와 업적을 재조명하기 위한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 사진전'이 올 3월22일부터 4월2일까지 열렸다. '청년 정주영, 시대를 通하다'라는 주제로 정 명예회장의 사진, 다큐멘터리 영상, 유물, 어록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차그룹 계동사옥에서 개막한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 사진전'을 방문해 아산의 사진과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 사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과거 정 명예회장이 근무하던 당시 그대로를 재현한 집무실 등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차그룹 계동사옥에서 개막한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 사진전'을 방문해 아산의 흉상을 살펴보고 있다.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 사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사진전 중앙에 전시된 포니와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카 '45' 등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위쪽부터)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이 한국 현대사를 이끈 시대의 풍운아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다. 소양강댐, 경부고속도로, 중동 건설시장 개척, 서산간척지 공사 등이 그가 쓴 대표적인 역사다.' 20년 전 고(故)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서거했을 당시였던 2001년 3월23일자 본보 특집 기사의 첫 문장이다. 정 명예회장은 '하면 된다'는 신념 하나로 모든 것을 일궜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침체된 요즘 각 매체에서 정 명예회장을 유독 떠올리는 이유다. 정 명예회장에 대한 강원도민들의 기억을 꺼내본다.

강원도 통천군 출신 정 전 명예회장 중동 건설시장 개척·서산간척지 등 한국 현대사에 큰 족적 금강장학회 설립·관동대 특별강좌 개설 등 고향사랑 남달라…남북 최고 합작 금강산관광 성사

■어린 정주영=정주영 명예회장은 1915년 11월25일 아버지 정봉식씨와 어머니 한성실씨 사이에서 6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휴전선 북쪽인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 210번지가 원적이다. 서울에서 5시간가량 기차로 달리면 닿는 동해안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곳으로 회자되는 곳이다.

정 명예회장은 매일 새벽 4시면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아버지를 따라 들판으로 나서 김매고 흙 돋우면 하루가 가곤 했다고 회고 했다. 보통학교 학력이 전부이지만 그것도 서당을 다니다 뒤늦게 들어가 열다섯이 돼서야 졸업 할 수 있었다.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사범학교 진학을 할 수 없게 되자 꿈을 접었다. 농촌에서 미래를 볼 수 없었던 정 명예회장은 결국 농촌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다. 가출의 시작이다.

■풍운아 정주영=가출의 첫 번째 시도는 보통학교를 졸업하던 해 늦여름이었다. 당초 목적지는 청진이었지만 배고픔에 원산에 머물면서 막일을 하다 아버지에게 이끌려 고향으로 돌아갔다. 두 번째 시도는 친절을 가장한 사기꾼에게 노잣돈을 털려 실패했다. 소 판 돈을 훔치면서 시도한 세 번째 역시 아버지 손에 이끌리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마지막 도전은 19세 되던 해 늦은 봄. 정 명예회장은 인천 부두의 하역일과 막노동 등 가리지 않고 일을 했고 복흥상회 쌀가게에 취직하면서 전환점을 마련한다. 일한 지 3년여 만에 쌀가게를 인수했고 스물 셋에 홀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정 명예회장은 본격적인 성장의 길로 들어선다.

■정주영과 강원도=정 명예회장의 고향 사랑은 애틋했다. 1969년 강원도민회가 향토 금융기관인 강원은행 설립 계획을 발의하고 1970년 창립 발기인 대표로 추대 했을 때 기꺼이 응했다. 강원은행은 이후 조흥은행에 합병되기 전까지 정 명예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향토은행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1973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소양강댐을 건설하는 신화를 썼다. 금강장학회를 설립, 고향의 인재 양성에도 열정을 보였으며 관동대에서는 현대그룹 창업 과정을 탐구하는 창업론이라는 특별강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정점은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소 1,001마리를 몰고 판문점을 통과해 북측에 전달하고 금강산 관광을 성사시킨 것이다. 당시 소 떼와 함께 휴전선을 통과해 북으로 향하는 모습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계기로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중단되기 전까지 10여년간 193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남북 최고의 합작 관광상품이 됐다.

■아산을 회고한다=“모험이 없으면 큰 발전도 없다. 세상일에는 공짜로 얻어지는 성과란 절대 없다.” “인간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이 무한한 인간의 잠재력은 누구에게나 무한한 가능성을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목표에 대한 신념이 투철하고 이에 상응한 노력만 쏟아부으면 누구라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아산 정주영 주요 어록). 정 명예회장의 주요 어록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요즘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정 명예회장 서거 20주기를 맞아 정 명예회장의 인생 역경 스토리는 높은 실업률 등으로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올 3월22일부터 지난 2일까지 2주간 현대차그룹 계동사옥 1층에서 열린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 사진전'은 정 명예회장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청년 정주영, 시대를 通하다'를 주제로 열린 사진전에서는 아산의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상, 유물, 어록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됐다. 아산의 삶과 발자취를 통해 청년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주고 열정과 가능성을 응원하기 위한 자리였다.

5개의 대표 정신=사진전은 정 명예회장의 5가지 대표 정신인 '도전' '창의' '혁신' '나눔' '소통'에 중점을 뒀다. '도전'에서는 현대자동차공업사, 현대건설 설립 등 청년 정주영이 강원도 통천을 떠나 수많은 사람과 함께 꿈을 일궈 가는 모습을 담았다. '창의'는 서산 간척지사업, 서울올림픽 유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공사, 500원 지폐로 선박 수주 등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하고자 하는 굳센 의지로 끝없이 다르게 생각하고 단호하게 실행했던 모습들'이 담겼다. '혁신'은 한국 첫 고유 모델 포니 개발, 제2한강교,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모습들'이 주요 내용이다. '나눔'의 경우 아산사회복지재단 및 아산병원 설립을 통해 '질병과 가난이 악순환되는 고리를 끊고자 했던 모습들'을, '소통'은 '직원들과 소탈하게 어울리고 국내 경제인, 세계 각국 정상들과 대화하는 모습들'을 의미 있게 담아냈다.

추모 사진전 공간에는 정 명예회장의 집무실이 재현됐으며 포니 실차와 포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카 '45'가 전시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정 명예회장의 흉상도 계동사옥 별관에서 본관 1층 로비로 이전 설치됐다. 흉상은 2005년 현대건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아 건립한 조형물이다.

이와 함께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위원회'는 계동사옥 추모 전시전과 함께 '아산정주영닷컴'에서 9월20일까지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 온라인 사진전'도 진행하고 있다.

신형철기자 chiwoo1000@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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