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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플&스토리]茶(차)에 대한 열정 하나로 도전…회사 설립 20년 만에 200배 성장

BTS 정국이 마셔 세계적으로 유명세 ‘티젠 콤부차' 만든 도 출신 김종태 대표

▲▲BTS 정국이 네이버 VLIVE 방송 중 콤부차를 마시는 모습.네이버 VLIVE 영상 캡처 ▲밀알복지재단 기부활동. ◇'티젠' 김종태 대표.

삼척원덕고·강원대 출신…태평양 입사하며 ‘차' 전문가로 첫발

2001년부터 차 원료사업…다류 업체 첫 글로벌강소기업 선정

2018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해외 정상들 위한 ‘차' 만들어 호평

모교에 1억원 넘는 장학금·기부 비롯 수익 사회 환원에도 앞장

“혼자 이룬 성과 아냐…신념 갖고 할 수 있는 분야 집중했을 뿐”

최근 BTS의 정국이 마신다는 ‘티젠(TEAZEN) 콤부차(Kombucha)'가 화제다. 올 3월 정국은 다이어트를 위해 하루 두 차례 티젠 콤부차를 마신다고 VLIVE(모바일 실시간 방송)에 영상을 올렸다. 이후 전 세계에서 팬클럽 ‘아미'의 회원들이 너도나도 같은 차를 마셨다는 인증샷을 올리면서 티젠은 사흘 새 한 달 매출을 돌파했다. 세계 최고의 K팝 스타가 선택할 정도로 다양한 효능을 인정받은 ‘콤부차'의 제조사 ‘티젠' 대표는 도 출신 김종태(61)씨다. 3억원으로 회사를 설립한 지 20년 만인 올해 700억원대 안팎의 자산 성장을 이뤄내기까지 김 대표는 오로지 차를 향한 열정을 불태웠다. 그의 남다른 ‘차(茶)길 인생'이 이번 ‘정국 효과'를 계기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태평양 입사 1년 만에 대만 차 연구소 연수…전문가의 길에 들어서다=어려운 가정환경 속에 학비 마련이 힘들었던 김 대표는 삼척원덕고와 강원대 식품공학과(1978학번)를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다. 이후 대학원 진학과 동시에 휴학한 뒤 태평양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하면서 차 전문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태평양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신입사원인 그에게 대만의 대학 및 차연구소 연수 기회를 줬고, 1년 뒤 돌아온 김 대표에게 회사의 차 사업을 모두 맡겼다. 그만큼 김 대표의 남다른 열정과 업무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수년간 공장관리와 연구업무 실적을 올린 김 대표는 3번에 걸친 특진과 함께 30대 중반에 부서장 임무를 수행하면서 뼛속까지 차를 향한 열정으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2001년 티젠 설립…생산거점 확보로 성장의 틀을 잡다=기능성 차를 직접 생산해 보고 싶었던 김 대표는 2000년 퇴사와 함께 차연구소 TRC(Tea Reserch&Consulting)를 창업한 후 이듬해인 2001년 티젠 법인을 설립하며 차 원료 사업을 개시했다. 연구개발(R&D) 분야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기에 사업 초기부터 과감한 투자로 각종 성과를 이뤄내면서 성장의 기틀을 잡는데 집중했다. 2002년 중국 대만 스리랑카 인도 등의 차 원료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2003년 국내 최초로 가루녹차 원료 가공 설비를 구축했다. 2004년엔 고급 잎차용 피라미드백 설비 도입, 2005년엔 국내 최초 차 전문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그 사이 국내에는 20만㎡ 규모의 해남 녹차 다원을 비롯해 제주와 전남 보성에도 다원을 조성하면서 양질의 차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는 청와대의 특별 주문으로 해외 정상들을 위한 차 ‘평창의 고요한 아침'을 만들어 호평받기도 했다. 평창 발왕산 정상에서 자라는 ‘수국'을 기초로 각국의 꽃과 허브를 블렌딩한 제품을 맛본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그레이트(Great)'를 연발한 스토리는 유명하다.

■차 효능, 수출·경영 분야에 쏟아진 찬사, 이어지는 수상=티젠의 수상 경력 또한 화려하다. 2005 국제명차콘테스트 은상, 2009 월드 그린티 콘테스트 금상 등 차 효능을 주제로 한 수상은 물론 2010 녹색 경영대상, 2012 미래선도 유망기업, 2013 수출 유공자 표창, 2013 지식경영인대상, 2017 대한민국마케팅상, 2015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모범중소기업인상, 2018 대한민국 강소기업 대상 등 기업경영 능력에서도 최고 수준을 검증받았다. 올해는 세계 시장을 선도할 지역 유망 중소기업 회사로 선정되며 국내 다류 업체 최초로 2021 글로벌 강소기업에 꼽히기도 했다.

■덤핑 공세에 무산된 연구개발 결과에 눈물=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지금에 이르기까지 남모르게 눈물도 많이 흘렸다. 김 대표는 ‘고객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여유를 주겠다'는 경영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로만 수십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이뤄낸 성과물들은 대기업의 덤핑 공세를 극복하지 못해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기 일쑤였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소비자는 뭔가 가치가 있어야 구매하려고 하는데, 기껏 개발해 두면 싸구려 이미지가 돼 버리는 것에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소회했다. 그러던 중 2019년 김 대표는 1990년대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 3대 장수촌인 흑해 지역의 코카서스에서 구해 온 홍차버섯을 매일 마셨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분말스틱형 콤부차 ‘신의 한 수'…고객만족도 만점 수준 유지=김 대표는 곧바로 홍차 원료에 설탕과 유익균·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분말 스틱형 콤부차'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액상이 아니라 좀 더 간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콤부차 원액을 그대로 동결건조한 ‘분말' 타입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휴대와 보관이 간편한 것은 물론 효능에서도 당이 ‘0'이었고, 칼로리는 일반 탄산 음료 한 잔의 10분의 1 수준인 15㎉인데다 12종의 유산균 10억마리 이상이 살아 있어 마실수록 건강해진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특유의 청량감과 함께 배변과 디톡스(독소배출), 다이어트 쪽에 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매년 2배의 성장을 밟아 나갔다. 중국의 티몰과 미국의 아마존, 싱가포르의 쇼피 등 세계적인 대형 쇼핑몰에서 소비자 만족도 5.0 만점에 평균 4.9를 기록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던 차에 올 3월 BTS의 정국이 “다이어트를 위해 티젠 콤부차를 마신다”는 영상을 올리면서 수출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김 대표는 “콤부차 하면 티젠으로 이미 소비자에게 인식이 돼 있다는 점에 감사하다”며 “현재 히트작은 콤부차이지만 보이차와 녹차, 마테차, 허니 캐모마일 등 다양한 기능성 건강차도 분명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멈추지 않는 기부·장학사업=김 대표는 경영 수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결손가정 자녀를 돕는 시설에 9년째 매월 50만원씩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명절 때마다 쌀과 학용품 등의 선물도 주고 있다. 김 대표의 결심에 제과와 김치, 피자 업체에서도 동참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힘겨워하던 대구 지역에 1억원 상당의 제품을 전달했고, 밀알복지재단과 소아암재단에도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여기에 강원대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수학했던 김 대표는 최근 수년간 모교에 총 1억원의 장학금과 신축 도서관의 시설 보강에 써달라며 2,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당시 “성공해서 자랑스러운 동문이 되고 받은 도움을 반드시 갚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켜낸 셈이다.

■“혼자서 이뤄낸 성과 아냐”… 참경영인의 삶을 꿈꾸다=자신을 경영인이라기보다 기술자라고 표현한 김 대표는 티젠의 성공 비결에 대해 “욕심을 크게 내기보다 신념을 갖고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다보니 선물같이 따라온 결과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또 “능력이 뛰어났던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진심으로 도와줘 된 것일 뿐, 혼자서 이뤄낸 것이 아니다”라며 겸손한 마음을 비쳤다. 이러한 경영관으로 인해 그동안 사업 확장을 위해 은행 대출을 받지 않았고, 거래처의 대금결제 기한 또한 단 하루도 넘기지 않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를 두고 김 대표는 ‘구멍가게식'이라고 표현했지만, 주위에서는 이러한 것이야말로 ‘참경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서울=이무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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