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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강원대 교수의 수면과 생체리듬]다리 불편감 자정 직후 최다 커피·술 증상 악화 피해야

(12) 하지불안증후군, 생체리듬이 영향 주는가?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에 불편한 느낌으로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생기고, 낮보다 밤에 심하며,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나 불면을 초래한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불편감은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다', '저리다', '따끔거린다' 등으로 다양하게 묘사된다. 경우에 따라서 비슷한 증상이 팔에서도 나타나며, 휴식 시 악화되고 움직이면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유병률은 노년에 증가하며, 약 80%에서 주기성 사지운동증을 보인다.

발병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건 아니지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부족으로 설명하는데, 이차성 하지불안증후군을 유발하는 질환으로는 도파민 생성에 필요한 철분의 결핍, 빈혈, 말기 신부전, 갑상선질환, 당뇨, 말초신경병증 등이 있다. 치료는 도파민 제제가 대표적이며 혈액 중 철의 농도가 부족하면 보충해 주어야 한다. 사용하고 있는 약물에 의해서도 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는데,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항정신변약물 등을 들 수 있다. 커피, 술 등이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삼가야 하며, 적절한 운동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취침 전의 격렬한 운동은 피하고, 온욕을 하거나 다리를 마사지하면 효과적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저녁시간에 졸림 증상이 늘어나고, 신체 활동이 적어지는 점 외에도 생체리듬 자체의 변화와의 관련성이 최근의 연구에서 보고됐다.

즉, 이 질환의 대표적 증상인 다리 불편감이 자정 직후에 가장 많이 나타났고, 이 증상의 강도가 체온이 떨어지면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관적인 각성의 정도가 낮아질수록 다리 불편감은 심해지는데,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에서 주관적 각성의 리듬은 상대적으로 지연돼 있었다. 또한 체온의 최하점 근처에서 이 증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특히 타액 멜라토닌 농도는 하지불안증후군 증상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었다. 즉, 멜라토닌 분비가 시작되면서 증상이 나빠지기 시작해 멜라토닌 분비가 최고조에 달한 지 약 2시간 후에 다리 불편감이 정점에 이르렀다.

이 현상은 저녁시간에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함에 따라 중추신경계 도파민 활성도가 감소해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의 생체리듬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멜라토닌 제제를 투여하거나 빛을 줘 위상 변화를 일으키게 되면, 본래의 멜라토닌 리듬을 지연시킴으로써 하지불안증후군 증상도 늦게 나타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과 주기성 사지운동증은 모두 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불면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적절한 감별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 두 질환의 치료방법이 유사하나 불면증 또는 주간 졸림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해야 한다. 특히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의 출현 시간에 영향을 주는 멜라토닌 리듬을 측정해 개인의 생체리듬에 적합한 약물 투여 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약물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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