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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이야기]“앞니 빠진 개오지~” 얄궂은 친구들 놀리기도<1156>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지난 회에 엄마가 사정없이 이를 빼준 이야기를 했다. “앓던 이 뽑은 것 같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것이라. 그러나 시원섭섭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뺀 자리가 우묵 들어간 것이 피가 나는지라 미리 떠 논 간장 몇 모금으로 말끔히 소독한다. 뽑은 이를 만지작거리며 지붕 앞에 엄숙히 선다. 발끝을 바싹 모아야 이가 고르게 난다 해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높직한 초가지붕에 그놈을 집어던진다.

드디어 '앞니 빠진 개오지(개호지)'가 돼 야코(풀/기)가 죽는다. 야마리(얌치) 까진 동무들이 깝죽거리며 놀린다. “앞니 빠진 개오지 새미질에 가지 마라 빈대한테 뺨 맞는다”라고. 여기서 '개오지'는 범의 새끼 '개호주'를 뜻하고, '새미질'은 '샘가는 길'이다. 범 새끼가 이가 빠졌으니 사냥은커녕 빈대한테도 괄시를 받는다는 뜻일 게다. 다른 지방에도 비슷하게 “앞니 빠진 갈가지(범 새끼) 뒷도랑에 가지마라 붕어 새끼 놀린다”거나 “앞니 빠진 중강새(앞니가 빠져 이와 이 사이가 비었음을 이름) 닭장 곁에 가지마라 암탉한테 채일라. 수탉한테 채일라” 등의 노래가 있다. 앞니 빠진 꼬마아이, 얼마나 귀여운가!

젖니 모두 다 빠지고 새로 난 간니도 무지러져 구멍 나면서 나이 따라 늙는다.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 오복(五福)인데, 얼마나 이가 귀한 존재이기에 '이는 오복'이라고 곁다리 붙이겠는가.

우리가 장수를 누리게 된 까닭이 여럿이 있겠지만 틀니를 한다거나 이를 심는 기술이 발달한 것이 큰 몫을 했다. 필자도 이미 열두 개의 가짜 이를 새로 해 박았다. 임플란트(Dental implant)라는 것 말이다. 그러나 어쩌리. 아무리 늙음이 안타깝고 서러워 절치부심해도 노화를 막을 길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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