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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고도일의 통증정복]허리보호대 장기간 착용 오히려 척추건강 망친다

습관적 사용 코어근육 위축 이어져

외부 도움없이 허리 꼿꼿하게 펴야

노년이 된 부모님 세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션아이템(?)'이 있다. 복대라고 불리는 허리보호대이다. 체형을 커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나이가 들면서 근력이 약해지다 보니 걷거나 무리할 때 허리가 아플 것을 대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안정감 때문이라고 말하는 환자도 꽤 많다.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환자들에게 허리보호대 착용을 권할 때도 있으나 이따금씩 걱정될 때가 있다. 허리보호대에 너무 의존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진료했던 한 환자는 허리보호대를 잠잘 때와 씻을 때를 제외하곤 하루 종일 착용했다. 척추질환을 겪은 뒤 회복을 위해 착용했는데 습관으로 고착화된 것이다. 환자는 허리보호대가 없으면 금방 아파지고 자세도 구부정해지는 것 같아 계속 착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필자는 “허리보호대 의존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조만간 병원을 또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야 했다.

허리보호대는 급성요통이 있거나 시술 또는 수술을 받은 후, 무리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할 때 사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장시간 착용하면 오히려 척추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허리가 건강하려면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꼿꼿하게 허리를 펴야 한다.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허리보호대를 자꾸만 착용하면 근육이 해야 할 일을 척추가 대신하게 된다. 이는 척추 건강에 반드시 필요한 복근, 척추기립근, 코어근육 등 주변 근육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허리를 꽉 지지해주는 것 같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허리보호대 착용에 맞춰 신체가 퇴화되는 것이다. 결국 허리 근육이 너무 약해지면 허리보호대를 착용하지 않고서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척추의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되므로 퇴행성 척추질환이 쉽게 발병할 수 있다. 너무 꽉 조여서 착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허리의 압박이 심해지면 복압이 쉽게 올라간다. 복압은 디스크탈출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허리보호대는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급성요통이 생겼다면 허리가 휴식할 수 있도록 허리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2~3시간 이상씩 착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환자라면 일반적인 허리보호대가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전문의와 상의하여 자신에게 맞는 허리보호대를 찾는 것을 권장한다. 허리 시술 또는 수술을 받았다면 3개월 정도 허리보호대를 착용하게 된다. 이때도 하루 종일 착용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특별히 불편한 증상이 없다면 벗어두는 게 좋다. 자신에게 허리보호대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면 주치의와 상의하여 착용 여부와 시기 등을 결정하길 바란다.

허리보호대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척추근력을 강화시켜 허리보호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척추질환자는 병원에서 증상에 맞는 운동치료를 시행하므로 단계에 맞춰 꾸준히 받으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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