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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생물이야기]태아가 산소를 받을 수 있는 비밀<1168>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 결합력

아기가 더 강해 산소 잡아당겨

피는 가느다란 모세혈관을 흐르면서도 저항을 적게 받으면서 순환하는 특징이 있다. 적혈구의 주된 임무는 산소를 녹임에(결합하는 데) 있는데,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은 물보다 약 60~65배 더 쉽게 결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물의 헤모글로빈에는 산소가 붙었다(포화·飽和·Oxygenated)가 떨어졌다(해리·解離·Deoxygenated)를 가역적으로 반복한다. 산소포화(酸素飽和·Oxygen saturation) 즉, 산소와 적혈구(헤모글로빈)의 결합은 온도가 낮고 산소가 많을수록 금세 결합한다.

그리고 태아의 헤모글로빈이 모체의 것보다 더 세다. 태아 태반과 모체 태반이 맞닿아 있는 상태에서 고분자인 적혈구가 태반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럼 어떻게 모체의 산소를 태아에게 전하는가? 태아 헤모글로빈이 모체의 것보다 산소를 잡아당기는 힘(결합력)이 강하기에 산소가 태아 쪽으로 끌려간다. 적혈구가 태반을 통과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어머니는 A형이고 태아는 B형일 때 이들의 피가 섞이는 날에는 난리가 난다.

동물이 갖는 호흡색소(혈색소)는 다 다르다. 고등포유류의 헤모글로빈 말고도 연체동물, 절지동물의 구리(Cu)를 포함한 헤모시아닌(Hemocyanin·적혈구가 아닌 혈장에 녹음), 갯지렁이 등이 갖는 녹색단백질인 클로로크루오린(Chlorocruorin), 해양무척추동물의 산소를 운반하는 보라색을 띠는 헴에리트린(Hemerythrin)들이 있다. 이 중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가장 잘 운반한다.

가스중독은 참 무섭다. 일산화탄소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Hb)에 산소보다 250배 쉽게(세게) 결합한다. 따라서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제대로 실어 나르지 못하는 문제가 생겨 중독이 심하면 생명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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