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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생물이야기]때깔 고운 대변을 보는 것도 기적<1179>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정상적으로 소화되면 누르스름

쓸개 문제 생기면 대변이 흰색

위·대장반사(胃·大腸反射, Gastrocolic reflex)란 것이 있다. 음식물이 텅 빈 위에 들어가자마자 강한 연동운동이 결장(結腸·Colon)에까지 잇따라 일어난다. 아침식사 얼마 후에 변의(意·대변이 마려운 느낌)를 느끼는 것은 이 반사 때문이다. 그 값지고 맛깔스러운 음식을 꼭꼭 씹어 먹어 식도를 통해 들어간 다음, 갖가지 소화효소와 위장들이 연동·역연동·분절운동을 하고, 온갖 장내미생물들의 분해에 힘입어 24시간이 지나면 변으로 나온다. 아리따운 소년이 긴 세월의 풍화작용 끝에 아무짝에도 못 쓰는 쭈그렁이 뒷방 늙정이가 되는 꼴이라고나 할까. 암튼 대변 하나도 저절로 생겨나지 않으매, 때깔 고운 된똥을 보는 것은 기적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소변도 마찬가지지만, 대변(大便·Dung, Feces, Stool) 색은 일반적으로 누르스름하니 그것은 수명(120일)이 지난 적혈구가 죽어서 간이나 지라(비장)에서 파괴돼 생긴 담즙(Bile)과 빌리루빈(bilirubin)의 물색(색소) 탓이다. 필자도 쓸개를 떼어버린‘쓸개 빠진 놈'이다.

병원에서 쓸개 뗀 자리가 나을 때까지 며칠을 간에서 쓸개 쪽으로 내려오는 총담관(總膽管)에 호스를 박아 따로 담즙(쓸개즙)을 밖으로 뽑아냈는데, 그때 대변 색이 어땠겠는가? 그렇다. 똥에 담즙과 빌리루빈 색소가 섞이지 않아 천생 햇빛에 바란 개똥이요, 석회처럼 흰 똥(‘Silver stool')이었다. 참고로 쓸개즙(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지며, 그것이 모이는 주머니가 쓸개(Gall bladder)이고, 쓸개즙이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관이 담관(膽管·쓸개관·Bile tube)이다.

그리고 똥 냄새는 모두 장내미생물(Gut flora) 탓인데, 방귀 냄새처럼 주로 인돌(Indole), 스카톨(Skatole), 황화수소(H2S) 등이 주성분이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냄새가 다르지만 특히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방귀 냄새가 독하고, 소변은 지린내를 진하게 풍긴다. 그러나 보리밥 먹은 ‘보리방귀'는 냄새가 없으면서 소리만 요란하니 허풍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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