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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생물 이야기]먹자니 살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계륵'<1183>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뜯을 것 없는 닭갈비 빗대

조조 군사들에 회군 명령

계륵이란 말은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이야기다. 계륵은 전국시대 위(魏)나라 조조(曹操)가 명한 군호(軍號·서로 눈짓이나 말 따위로 몰래 연락하는 신호)였다고 한다. 조조가 유비(劉備)와 한중(漢中) 땅을 놓고 앙앙불락(怏怏不) 척지고 싸울 때였다. 능수능란한 유비는 후미지고 험악한 지형을 십분 이용하여 쥐 잡듯 조조의 진격을 틀어막는 한편, 적의 보급을 차단해버렸다. 이렇게 되자 조조의 위군은 날로 배를 곯아 도통 제대로 싸울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초주검이 되어있는 조조 앞에 닭갈비가 나왔다. 속은 출출한데 저녁밥이라고 나온 것이 뜯을 것도 없는 밍밍한 닭갈비였으므로, 토끼 눈(어떤 이유로 빨갛게 되거나 동그랗게 커진 눈)을 한 조조는 혼자 쓴웃음을 지으며 깨작거리고 있었다. 이때 양수(楊修)가 들어와서 그날 밤 암호(군호)를 무엇으로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마침 닭갈비를 먹는 참이라 무심결에 ‘계륵, 계륵'으로 하라고 명한다.

장수 양수는 암호를 전달받자마자 직속 부하들에게 불문곡직(不問曲直)하고 짐을 꾸리라고 한다. 이상하게 여긴 주위의 장수들이 까닭을 묻자, 양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닭갈비는 먹자니 먹을 게 별로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지요. 주군께서 암호로 계륵을 말씀하신 것은 그런 심중을 은근히 내비친 것이니, 곧 회군 명령을 내리실 게 아니겠소?” 평소 양수의 명석한 두뇌와 재치를 사랑하면서도 시샘을 하던 조조는 양수가 자기 심중을 귀신처럼 꿰뚫자 불같이 노해서, “이놈이 군심(軍心)을 어지럽혀도 분수가 있지!” 버럭 소리친 후 좌우(측근)에 명해 양수를 끌어다 단칼에 목을 치게 했다. 그런 다음 날 아침 권모(權謀)에 능한 조조는 태연히 철군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효자동에 효자(孝子) 없고 적선동에 적선가(積善家) 없다 하듯, 필자가 사는 춘천의 명물인 ‘춘천닭갈비'는 갈비뼈는 죄 추려버리고 살만으로 되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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