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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성(性), `육체의 고백'

미셸 푸코는 '20세기 지성'을 상징하는 철학자다. 박사학위 논문이 '광기의 역사'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르네상스 시기만 해도 광기란 이성과 상반된 개념이 아니었다. 17~18세기에 접어들면서 반사회적인 범죄로 여겨졌다. 결국 미친 사람들은 거지, 범죄자 등과 함께 감금당한다. 나아가 광기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으로 취급됐다. 중요한 것은 “광인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푸코의 주장이다. ▼푸코의 주저는 '성(性)의 역사' 시리즈다. 제1권 '지식의 의지', 2권 '쾌락의 활용', 3권 '자기 배려'다. 그런데 타계(1984년) 직전까지 매달려 있던 원고가 있었다. 푸코의 친필 기록이 프랑스 '국가 유산'으로 지정(2012년)되고, 소유권자가 육필원고를 비롯한 기록물을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 매각한 이후 유작 출간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며칠 전 프랑스 현지에서 한국으로 전송된 통신사 기사의 제목이 눈길을 잡아챘다. “미셸 푸코의 유작 사후 34년 만에 출간… 학계 '흥분'”이라는 문구다. 설명인즉 푸코의 '성(性)의 역사' 시리즈 제4권, 표제가 '육체의 고백(Les aveux de la chair)'이다. 이것이 출간되자 서구 학계는 '사건'이라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 세계로 번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우리나라에서는 태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내로라했던 문화예술계 대가들이 속속 쓰러지고 있다. 죄의식조차 없었던 성추행, 성폭력의 대가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국역:나남 간)'에서 감옥의 필요성을 이렇게 역설했다. “과거의 권력은 잔인한 공개 처형을 통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여 대중을 통제했다. 그러나 현대의 권력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개개인의 행동을 규제한다.” '미투'를 외쳐야 하는 이유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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