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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요칼럼]올림픽이 남길 정신적 유산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전 도 정무부지사

평창동계올림픽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잘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멋진 대회가 되길 염원한다. 어려운 여건에서 고생하시는 자원봉사자, 그리고 대회 진행자를 비롯한 관계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대회를 보면서 강원도가 언제 이렇게 세계인에게 이름을 떨친 적이 있었나 싶다. 아마도 전무했고 후무할 것 같다. 평창동계올림픽의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다. 김진선 전 지사다. 강원도민이라면 '평창동계올림픽'을 생각할 때 자연스레 '김·진·선' 세 글자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20년 전인 1999년 2월, 그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선언했을 때 오늘을 상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 도전할 때는 “헛된 꿈이요, 괜한 욕심을 부린다”고 비난한 사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혼자 꾸는 꿈은 꿈으로 남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며 세계를 누볐고 끈질긴 집념으로 오늘의 씨앗을 뿌리고 가꿨다. 개인을 치켜세우려는 게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기릴 것은 분명히 기려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거 아시는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1830년대에 측량국장을 지낸 영국인 조지는 자신의 기술로 히말라야의 여러 산을 측량하고 'Peak XV(피크 15)'가 가장 높은 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은 인정되지 않았고 무명의 봉우리로 하나의 기호로만 호칭됐다. 그런데 그 후임으로 부임한 앤드류 워는 발달된 측량기술로 히말라야의 고봉 79개를 정밀 측정하고 그 결과 'Peak XV'가 세계 최고봉임을 확인한다. 그리하여 그 산을 '마운트 에베레스트(Mount Everest)'라고 이름 짓게 되는데, 그 이름은 그 봉우리가 가장 높다고 주장했던 전임 측량국장에게서 따왔다. 그의 이름이 바로 조지 에베레스트다. 영국인들의 지혜가 멋지지 않은가!

곧 평창동계올림픽은 막을 내릴 것이다. 그때부터 손익계산이 나오고 올림픽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이 이어질 것이다. 자칫하면 도의 큰 부담으로 도민들의 어깨를 짓누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후임들에게 주어진 과제요, 그 역시 올림픽을 유치하던 집념으로 발 벗고 나선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올림픽을 마무리하면서 고려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김진선 전 지사의 공로를 기리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강원도를 천지개벽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등 적절한 곳에 그의 흉상이라도 세워 한 개인의 꿈이 어떻게 모두의 꿈이 되고 현실이 됐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는 특정한 개인에 대한 배려나 대우를 하자는 낮은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을 통해 강원도민 모두에게 꿈과 도전정신이 무엇인지 깨닫게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지자체장들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좋은 자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때의 체육행사로 끝나고, 행사 후의 시설활용에 대한 대책으로 마무리되고 만다면 그건 아쉬운 것이다. 오히려 평창올림픽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 강원도민들에게 어떤 정신적 유산을 남길 것인가에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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