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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의 소설 `축제(문학과지성사 간)'의 이미지는 `활짝 핀 꽃'이다. 미수(米壽)를 한 해 앞두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장례 절차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왜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인지, 왜 장례가 생명이 소멸한 비극이 아닌 모두가 어우러지는 축제인지를 실감나게 이야기했다. 그야말로 호상(好喪)이다. ▼인문학자들은 `잘 살아야 하는 것'은 `잘 죽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뒤집어 보면 잘 죽기 위해 잘 살아야 한다. 어떻게 생을 마감해야 “잘 죽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 바 있는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 노트'에 죽을 준비를 할 때 해야 할 일이 나온다.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보기 △한 번도 찍지 않았던 야당에 표 한 번 주기 △소홀했던 가족과 행복하게 여행하기 △아내에게 `사랑한다' 말하기 등 지극히 사소하다. ▼웰다잉(Well-dying)이다. 인간답게 잘 죽는 것이니 `존엄한 죽음'이다. 그래서 `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가 고안됐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개발한 국가별 완화의료(임종을 앞둔 환자의 통증과 그 가족의 심리적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의료 시스템) 정책 비교·평가 지표다. EIU 발표에 따르면 가장 죽기 좋은 나라는 영국, 한국은 18위다. ▼이른바 존엄사법, `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달 4일부터 적용됐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시행 한 달을 갓 넘긴 시점(3월9일 오후 4시 기준)인데 연명의료를 거절하고 임종한 사람이 1,221명이다. 봄이 완연해지면 곧 `피안의 계절'이다. 생의 마감에도 감동을 전파하는 품위가 깃드시길….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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