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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시연후언(時然後言)'

구소련(소비에트연방)은 1957년 10월4일 카자흐스탄의 한 사막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소련을 압도한다고 믿던 미국은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수소폭탄을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다”는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위협이 현실이 됐다.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 언제든지 본토에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미국을 엄습했다. 스푸트니크 쇼크(Sputnik Shock)였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흐루시초프 서기장은 스푸트니크 발사 후 1959년 최초의 미소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양 정상은 군사대결 지양에 합의한다. 그러나 양국의 대결 양상은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불과 3년 후인 1962년에는 전면 핵전쟁의 상황이었던 쿠바 위기로까지 치닫는다. 미국과 소련은 1985년 핵무기 50% 감축을 합의한다. 첫 정상회담 이후 26년 만이다. 그리고 5년이 더 흐른 1990년 비로소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린다. 신뢰를 쌓는 데 무려 31년이 걸린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놓고 벌써부터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간 평가 업적용', '노벨평화상 수상용'이란 평가도 나온다. 때맞춰 말하는 것을 시연후언(時然後言)이라고 한다. 공자는 말실수로 '성급한 말' '감추는 말' '눈이 먼 말' 등 3가지를 꼽았다. 지금은 말보다 노력이 필요한 때다. ▼핵 감축에 기여한 공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업적이 아니라 말로 상을 받았다”는 비아냥을 샀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평화상 대가로 북한의 핵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는 공세에 시달렸다. 한미 정상들은 회담 이후 같은 비판에 직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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