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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5번째 조사받는 전직 대통령, 국민은 참담하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출두 '국민에 송구'

뇌물, 조세포탈 등 혐의 철저히 가려내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뇌물·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의 직접 조사를 받았다. 2013년 2월24일 퇴임한 지 1,844일 만이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의 직접 조사를 받는 사례는 1995년 전두환 노태우, 2009년 노무현, 2017년 박근혜에 이어 다섯 번째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대통령 자리를 거쳐 간 이는 모두 11명이다. 내각 책임제하의 윤보선 대통령과 과도기 최규하 대통령을 제외한 9명은 예외 없이 개인 비리나 친인척 비리로 곤욕을 치렀다.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뇌물, 조세포탈,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대통령 기록물법 위반 등 무려 10가지에 달한다.

국민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과 구속 1년 만에 다시 전직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을 참담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이 시대를 가리켜 '존경받는 지도자가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정치인은 많지만 본받을 만한 큰 정치인을 만나기는 좀처럼 어렵다는 뜻일 게다. 정부 수립 후 70년이 흘렀지만 우리 국민은 퇴임 후에도 존경할 만한 전직 대통령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애초 대통령 자질이 부족한 인물을 뽑은 국민 잘못일까. 아니면 현행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 시스템 자체의 결함 탓일까. 이 전 대통령은 발표문을 통해 “무엇보다도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한 이때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혐의는 앞으로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집권 때부터 친인척과 측근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친인척과 측근이라는 덫을 넘지 못했다. 전직 대통령들이 줄줄이 조사받고 있는 광경을 지켜보는 국민은 최고 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목은 높은 도덕성과 신뢰성 그리고 통합의 리더십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통찰력이나 솔선수범도 도덕성과 신뢰의 바탕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도리어 공동체의 해악이 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그 나라 국민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만델라를 이 시대의 위인으로 만든 것은 뛰어난 지식이 아니다. 목숨 걸고 백인정권에 저항한 투쟁도 아니다. 백인들을 향한 경이로운 포용력, 정의와 평화의 간극(間隙)을 뛰어넘은 '진실과 화해위원회'의 고뇌 어린 관용, 보복과 응징의 칼을 용서와 평화의 쟁기로 바꾼 통합의 리더십이었다. 지금 우리 국민은 만델라처럼 신뢰할 만한 정치지도자를 바라고 있지만 신뢰는커녕 실망과 의혹투성이의 정치꾼들이 포장된 이미지의 환상으로 국민의 눈을 흐리고 있다. 곧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이 조사받는 광경을 보면서 어떤 지도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주민의 민원을 가슴으로 듣고 냉철한 머리로 해결할 인물인지 잘 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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