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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스티븐 호킹'

휠체어를 탄 스티븐 호킹 박사가 198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났다. 호킹 박사는 우주 생성의 이론인 '빅뱅(Big Bang)'이론을 교황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교황은 “대폭발 이후의 진화 연구는 좋지만 대폭발은 하나님의 우주 창조의 순간이므로 묻지를 마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황의 이 말도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그의 도전과 열정을 멈추지는 못했다. ▼호킹 박사는 영국 옥스퍼드대 재학 중 조정선수였을 만큼 건장했다. 하지만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던 1963년, 21세 때 운동신경이 차례로 파괴되는 루게릭병에 걸렸다는 진단과 함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1985년에는 폐렴으로 기관지를 절개해 목소리까지 잃었다. 손가락 두 개만 움직이며 음성합성기로 말해야 했던 그였지만 늘 “삶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며 불굴의 정신을 보여 줬다. ▼호킹 박사는 2000년 8월31일 한국을 방문해 청와대 강연에서 “살아있는 게 가장 큰 업적”이라고 밝혔다. 또 병에 걸리기 전까진 삶이 지루했으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안 뒤 삶이란 좋은 것이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그의 빅뱅이론, 양자중력론 등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학문적 업적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더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우주의 생성과 원리를 규명하는 데 일생을 바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케임브리지에 있는 자택에서 향년 76세로 영면에 들었다. 그는 2012년 런던패럴림픽 개회식에 깜짝 등장해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당시 그는 우리에게 “고개를 들어 별을 보라”고 했다. 이제 그곳에 그가 있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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