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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곡우(穀雨)와 볍씨

봄비가 촉촉이 내려 사위에 연두색이 완연하다. 한낮에는 비록 잠깐일지언정 더위도 제법 느껴진다. 내일(20일)이 절기 곡우(穀雨)임을 피부로 감지하게 된다. '환장할 봄날'이라며 즐겼건만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타고 흩날리던 산벚꽃마저 기억 속으로 잠겨들고 있기 때문이다. ▼곡우지절은 봄의 마지막 시기다. “비 갠 방죽에 서늘한 기운 돌고/ 연화풍 불어와 해도 점점 길어진다.” 다산 정약용이 이즈음에 읊은 '전가만춘(田家晩春·농가의 늦은 봄)'에 나오는 구절이다. 연화풍은 마지막 화신풍(花信風)이다. 이를 기점으로 화사했던 봄날이 초록으로 물드는 여름에 다가서게 된다. 그렇기에 농부의 손길은 바빠지기 마련이다.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만드는 일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곡우는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하는 비가 내린다'고 여겨 붙여진 명칭이다. 그래서 천루(天淚·하늘의 눈물)라도 내려야 풍년을 기약할 수 있다고 믿었다. 농작물이 싹을 틔워내는 중요한 때 여서다. 하지만 곡우에 부부가 잠자리를 같이하면 신이 질투해 쭉정이 농사를 짓게 된다고 믿어 잠자리마저 함께하지 않았다. 불경한 경우는 애초부터 경계한 것이다. ▼6·13 지방선거에 내세울 후보자 공천에 쏟는 정당들의 정성이 예사롭지 않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자질과 능력을 면밀하게 검증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민심에 부합하는 인물을 선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여전하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 실제로 공천 심사에서 밀려난 불만·부당함을 호소하는 재심청구가 속출하고 있다. '곡우에는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는 것이 속설이다. 농부는 볍씨를 소금물에 흠뻑 담가 소독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정당들의 공천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눈을 부릅뜨고 주시하자.

용호선논설위원·yon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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