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언중언

[언중언]인간 파괴적 질병 `치매'

치매는 지켜보는 이의 가슴을 후벼 판다. 치매는 관계가 먼 사람부터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어느 드라마에서 치매에 걸린 여주인공이 증세가 심해지면서 남편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을 봤다. ▼치매에 관한 우스개 시리즈가 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지퍼를 올리지 않고 그냥 나오면 건망증, 지퍼를 열지도 않고 볼일을 보면 치매라고. 치매와 건망증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건망증은 증세이고 치매는 질병이다. 치매는 인간 파괴적인 병이다. 환자의 뇌를 파괴하고, 인격을 파괴하고, 가족의 삶을 파괴한다. 간병에 지친 나머지 부모나 배우자를 살해하는 소위 '간병 살인'이 유독 많은 분야가 치매다. ▼정진규 시인은 '눈물'이라는 시에서 치매를 '거기엔 어떤 빈틈도 행간도 없는 완벽한 감옥이 있더라'고 했다. 황지우 시인은 치매를 '영혼의 정전(停電)'이라 했다. 치매라 불리는 알츠하이머병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앓다가 사망한 병으로 유명하다. 대부분 유전적 영향이 강하다고 한다. 치매가 악화되면서 레이건은 책을 가리키며 “나무 치워라”라고 말했고, 가까운 친구조차 못 알아봤다. 레이건의 아들 론은 2011년 초 '100세의 내 아버지'라는 책에서 아버지가 대통령 재임 1기 3년 차에 이미 치매 증상을 보였다고 밝혀 레이건의 치매 발병 시기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도내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 치매 환자가 6,6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 시책으로 모든 시·군에 설치키로 한 치매안심센터의 경우 도내는 사업 속도가 더뎌 연내 정상 운영이 불투명하다. 한 가정이 파탄 날 수도 있는 치매 관리를 국가가 한다고 해놓고 답보 상태에 빠진 현실의 거리감이 가슴을 아프도록 파고든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