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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푸시킨 & 박경리

“러시아 국민 여러분. 한국인들의 서재에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투르게네프의 소설과 푸시킨의 시집이 꽂혀 있습니다. 나도 젊은 시절, 낯선 러시아의 지명과 등장인물을 더듬으며 인간과 자연, 역사와 삶의 의미를 스스로 묻곤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러시아 하원에서 연설한 발언 중 한 대목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픈 날은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 (…).” 러시아인들이 '국민작가'라고 칭하는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전반부다. 그 푸시킨의 동상이 서울 한복판에 서 있다. 러시아작가동맹이 한러대화(KRD) 사무국에 기증한 것을 '푸시킨플라자(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를 조성, 설치했다. 2013년 11월13일, 당시 방한해 있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막식에 참석해 “활발한 인도주의적·문화적 교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화답, 답례로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의 동상이 러시아인들의 영혼의 고향에 세워졌다. KRD와 토지문화재단이 지난 20일 러시아 국립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교정에서 박경리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크로파체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총장은 “러시아의 주요 10개 대학에서 박경리 작가 작품이 강의되고 모스크바를 비롯한 4개 도시의 연구기관에서 작품을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2년 제2회 박경리문학상, 첫 외국인 수상자가 러시아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다. 그녀의 감격이다. “내 작품과 한국이 낳은 위대한 작가 박경리 사이에 유전적 유대관계를 확인해 매우 기쁘다.” 박경리 선생의 시 '삶'의 마지막 대목이다. “(…)//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곳/ 허허롭지만 따뜻하구나/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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