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사설

[사설]경찰에 수사종결권 부여, 그 이후 관리 더 중요

자치경찰제 도입 등 제도적 보완대책 마련

'경찰권' 분산시켜 권한 비대화 막아야

향후 국회에서 제도적 틀 논의해야 할 때

정부는 지난 21일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부는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부패, 경제·선거범죄 등 특정 사건에 관해서만 직접 수사권을 갖는다. 경찰 사건 수사에 대해 검찰의 송치 전 지휘·개입이 제한된다. 이번 정부안은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야 확정된다.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것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첨예한 공방이 예상된다. 공론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본다. 그간 검찰의 지휘가 경찰 수사의 부정과 왜곡을 상당 부분 차단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조정안처럼 경찰에 자율적 수사권을 주려면 제도적 보완이 수반돼야 한다. 자치경찰제 도입 등은 반드시 병행돼야 할 과제다.

우리는 유례가 드문 중앙집권적 국가경찰체계를 갖고 있다. 자치경찰제로 경찰권을 분산시켜 비대화를 막아야 한다. 행정경찰인 경찰서장이 수사종결권까지 가질 경우 검찰 못지않은 권력 집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 때문에 자치경찰제 도입을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주민이 뽑은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경찰을 두는 것으로 지자체가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을 담당한다. 이번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자치경찰제 도입과 운영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다만 경찰청이 총괄하는 국가경찰은 주요 범죄의 수사를 맡고 자치경찰은 경비·교통, 사회적 약자 및 주민 보호, 생활범죄의 수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화하면 강력 및 수사 기능은 국가경찰이 맡고 지구대, 파출소의 역할을 자치경찰이 맡는 셈이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특성에 맞는 기초적인 치안 유지로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체감 치안을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일정 시점 후 지방재정으로 운영해야 하므로 자치단체의 형편에 따라 지역 치안서비스의 질적 불평등이 생겨나리란 우려도 따른다.

지역 간 치안불균형이 불러올 부작용은, 이를테면 특정 지역의 방범역량 강화가 타 지역으로 범죄를 내모는 범죄공란 대체현상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폭넓게 광역자치단체 관할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염려되는 것은 특정 정당에 소속된 자치단체장이 선거 때 정치적 목적으로 경찰의 단속을 완화하는 등의 선심행정을 펼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거쳐 자치경찰제 관련 법안을 정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들 여론 수렴 과정에서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 법안에 반영하길 바란다. 자치경찰과 자치단체 간의 바람직한 관계와 자치경찰 시대의 지역 주민 참여를 어떻게 활성화하느냐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