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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JP'

자민련을 창당한 김종필(JP) 총재가 충청권으로 1995년 6월 지방선거 첫 유세를 갔다. 그는 천안 역전에서 “경상도 사람들이 충청도 사람을 핫바지라고 합디다. 우리가 핫바지유?”라며 '충청권 핫바지론'을 제기했다. 지역 민심에 불이 붙었다. JP는 이후 핫바지론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민련은 단숨에 충청도를 석권했다. ▼23일 타계한 김종필 전 총리는 '촌철살인'의 어록으로 유명하다. 5·16 쿠데타 세력 내 알력으로 외유에 나서는 자신의 처지를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표현했다. 1980년에는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이라는 고사를 빌어 전두환 신군부의 등장을 예고했다. 1992년 권력을 손에 쥔 뒤 자신에게 등을 돌린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랑에는 후회가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정치 감각에 탄복할 수밖에 없다. ▼JP와 강원도의 인연에는 자민련을 빼놓을 수 없다. 1995년 자민련 부총재에 임명된 최각규 전 경제부총리는 그해 초대 민선 지사 선거에 나서 65%라는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그리고 다음 해 15대 총선에서는 도 출신 한호선·이동복의원이 자민련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하고 유종수(춘천), 황학수(강릉) 의원이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당시 50석을 확보해 제3당으로 부상한 자민련의 중심에는 도내 정치권도 있었다. ▼1992년 이후 16대와 19대 대선을 제외하고 모두 JP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당선됐다. 1992년에는 김영삼 후보, 5년 뒤에는 김대중 후보가 대권을 잡았다. 2007년에는 이명박 후보, 18대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의 손을 들어 줬다. '최고의 킹메이커', '미다스의 손'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고 했던 그는 한국 정치에 큰 족적을 남긴 정객이었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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