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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꽃덤불'과 평양 발길

'이글거린다'고 했다. 태양에 대한 표현이다. 지구와의 거리가 1억5,000만㎞, 그 길에 나선 이가 있었으니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Icarus)다.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함께 미궁 탈출을 궁리했다.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이고 이카로스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채 하늘 높이 날아오르다 추락했다. 태양열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은 것이다. ▼'이카로스의 날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을 상징한다. 이번에는 신화가 아닌 인간사의 현실이다. 미국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지난 12일 태양 탐사선 '파커호'를 쏘아 올렸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태양의 비밀을 풀고자 시도한 이 프로젝트의 명칭이 더 실감나게 한다. '터치 더 선(Touch the sun)', '태양을 만지다'. ▼'칠월 염천(炎天)'이라 했으니 양력으로 치면 요즘이다. '태양이 작열(灼熱)한다'고 말하듯 연중 가장 무더운 시기다.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 보리라.” 1946년 초에 발표해 '해방기념시집'에 수록된 신석정의 시 '꽃덤불'이다. 광복을 누리는 감격이 생생하다. ▼오늘(15일)이 73주년 광복절이다. 엊그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다음 달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심장부 방문이다. 북한에서 흘러나온 '민족의 태양'이라는 말이 생소하지 않다. 국민의 염원이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녹아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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