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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치솟은 집값

설움, 우울, 불안, 좌절, 상대적 박탈감, 절망, 자포자기. 집 없는 사람들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갖게 되는 심정이자 자책이다. 그래서 '내 집 마련'을 '꿈'이라고 했다. 굳이 '주포(주택포기) 세대'들이 아니라도 죄인 벌금 물듯 했던 월세, 오를 게 뻔한 전세금 걱정에 급여를 꼬박꼬박 모아둬야 하는 한국인의 처지가 그랬다. ▼보금자리라고 했는가. 주거활동 공간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 역시 주거 공간 의미다. 비록 허름할지언정 두 다리 쭉 펴고 맘 편히 잘 수 있는 곳조차 쉽게 마련하지 못하니 딱한 노릇이 아닌가. 이러고 보면 한살이가 결국은 온몸으로 생성한 실을 입 밖으로 토해내 집 하나 짓고 거기에 갇혀 생을 마감하는 누에 신세와 다르지 않다. ▼치솟은 집값이 문제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나면 더 날뛰니 고약하다. 출산율 0%대, 저출산의 재앙이 현실로 대두돼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97명이라고 한다.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는 고공 행진 집값과 밀접하다. 심지어 '집값 안 오를 때는 이혼도 안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반대로 집값이 크게 오를 땐 이혼율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불화와 이혼율에 집값이 작용하는 실익 판단이다. ▼엊그제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경제부총리가 관계 장관들을 대동하고 나와 비이성적인 투기와 이에 따른 이상 과열이라는 것이 현장과 전문가 등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대책 마련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보유세 강화,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미친 집값을 잡을 수 있겠냐”는 냉소가 적지 않다. '똘똘한 집 한 채씩'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눈도 꿈쩍하지 않을 것이라는 냉소다. 따라서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불안감도 보인다. 잡으려고 할수록 더 날뛴 집값이고 보면 즉효책을 펼 시점도 머지않은 듯하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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