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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민심(民心)'

중국 수나라를 멸망으로 몰고 간 2대 황제 양제는 뤄양을 찾는 외국사절에게 한 달 동안이나 계속되는 공연을 베푸는가 하면 외국 상인을 위한 대교역회도 열었다고 한다. 관리들은 조정의 지령을 받아 외국 상인들에게 “중국은 풍요하여 술과 음식은 돈을 받지 않는 것이 상례”라는 말까지 퍼뜨리고 다녔다. 그러나 당시 수나라는 대규모 왕궁과 운하 건설 등으로 민심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2005년 키르기스스탄의 민주화운동인 튤립(레몬)혁명은 1991년부터 장기 집권한 아스카르 아카예프 정권의 부정선거로 촉발됐다. 하지만 혁명 이후 불안한 경제 상황은 이웃 카자흐스탄의 반면교사(反面敎師)였다. 카자흐스탄 국민은 “민주주의보다 풍요가 낫다”며 그때까지 14년을 장기 집권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게 16년의 임기를 더 허용했다. ▼1991년 구소련 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한 나라 중 조지아에서 일어난 2003년 장미혁명은 자국 내의 민주화혁명을 이끈 중요한 사건이다. 동시에 소련 해체 이후 혼란하던 주변국에도 큰 영향을 미쳐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 2005년 키르기스스탄의 튤립혁명 등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그 요란하던 혁명이 왜 시들었을까. 경제가 문제였다. 먹고살기가 힘들어지면 민심은 급격히 돌아선다. ▼누가 정치를 하든 서민들에게는 잘 먹고 잘사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삶의 질과 직결된 경제는 국민의 행복지수가 달라지는 중대한 사안이다.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나아지는 정권에 민심은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다. 국민의 생계가 흔들리면 제아무리 훌륭한 정치도 허상에 불과해진다. 곧 있으면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다. 모두가 즐겁게 고향을 찾을 수 있는 한가위라면 결코 민심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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