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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남북 정상 백두산 등반

중국말로 '간바이'로 불리는 건배는 말 그대로 잔을 비우는 일이다. 영어의 건배사 '토스트 투(Toast to∼ !)'에도 굽거나 불에 쬐어 말린다는 뜻이 있다. 이런 정중한 건배사 대신에 쓰는 '바텀스 업(Bottoms up)'은 말 그대로 잔이 거꾸로 될 때까지 쭉 들이켜자는 의미다. 어떤 용어를 쓰건 건배사에는 건강이나 행복을 축원하는 뜻이 담긴다. ▼건배문화는 서구문명과 함께 들어오면서 우리의 주도와 섞여 행해지게 됐다. 최근 우리 주당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건배의 말은 '위하여!'로 여겨진다. 이 밖에 '뭉치자', '브라보', '원샷'도 즐긴다. ▼건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역사도 적잖다(황종택, 위하여, 2007). 2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를 놓고 1945년 2월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회동한 소련의 스탈린은 하룻밤에 열두 번이나 건배를 강요하면서 자신은 물에 희석된 보드카를 마셔 동유럽의 지배권을 손에 넣었다는 일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때 만찬에서 건배를 제의했다.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라며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 보내주시겠느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농담'을 건네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으로 불린다. 환웅이 무리 3,000명을 이끌고 제사를 열었다는 태백산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백두산 등반이 나에게만 주어지는 특혜가 아닌 우리 민족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며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날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0일 백두산을 함께 찾았다. 남북 정상의 백두산 등반이 '통일의 물꼬'가 됐으면 좋겠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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