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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삶의 무게' 버거운 불우이웃과 따뜻한 추석을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평소 바쁜 생활에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부모님과 형제들, 친척과 이웃을 만나 음식을 함께 먹으며 정담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유달리 추석을 준비하는 서민들의 마음이 무겁다. 1년 중 가장 넉넉하고 풍요로운 시기이지만 일자리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소득은 그대로인데 추석 물가는 큰 폭으로 올라 가계를 옥죄고 있다. 경기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이 심화되면서 올해는 아예 명절특수마저 침체되고 있다.

얼어붙은 추석 경기는 각종 경기지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올 8월 실업자 수는 113만명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 1월부터 8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겼다. 만 15~29세의 청년 실업률 역시 10%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으로 일자리를 얻기가 더 힘들어지면서 급격한 소비 위축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추석 장바구니 물가는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로 채소·과일 등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조사 결과 올해 추석 차례상은 4인 가족 기준 30만원가량으로 지난해보다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끝없는 경기침체 탓으로 따뜻한 손길마저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가슴은 더욱 무거워진다. 사회복지시설이나 소외계층 등을 찾는 온정의 발길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과 음식을 같이 먹으며 즐겁게 보내는 것이 한가위의 미덕이다. 진정한 추석 한가위는 이들처럼 소외된 이웃과 함께 조그마한 정이라도 나누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살림살이가 팍팍하고 경제적으로 힘들고 곤궁한 이웃과 정을 나누는 추석이 됐으면 한다. 인정과 사랑, 그리고 희망이 넘치는 명절이 되기를 기원한다.

송편 하나 구경 못 하는 소외된 이웃은 없는지, 아무도 찾는 이 없거나 갈 곳 없는 노약자는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자. 어쩌다 서먹하게 지낸 지인들이나 친척에게 전화를 해 점심 한 끼 하자고 먼저 손을 내미는 것도 따뜻한 명절을 보내는 일이다. 살아가는 게 빠듯해지면서 세상 인심이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콩 한 조각도 나눠 먹는 정을 베풀 줄 아는 우리 민족 아니던가. 삶의 무게에 지치고 소외된 이웃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나눔을 실천하는 정이 넘치는 추석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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