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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동장군(冬將軍)'

'동장군(冬將軍)'은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러시아에 쳐들어갔던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됐다. 1812년 5월31일 알프스산맥을 넘어 러시아 원정길에 올랐던 나폴레옹의 60만 군대는 러시아 군대보다도 더 무서운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한파에 40만 희생자를 남긴 채 전쟁에서 패한다. 영국 언론에서는 혹한을 'General Frost'라고 불렀다. 이를 일본에서 '동장군'이라고 번역한 것이다. ▼음력 소설(小雪)의 매서운 추위를 '손돌이추위'라고 한다. 고려 23대 고종이 몽고군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몽진을 가던 때다. '손돌'이라는 사공이 배를 몰던 도중 갑자기 풍랑이 일어 배가 흔들리자 왕은 손돌이 고의로 배를 흔든 것이라고 의심했다. 그리고 그를 선상에서 참수(斬首)했다. 이후 장사를 지내줬지만 손돌이 억울하게 죽은 매년 이맘때면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고 된추위가 몰아친다고 한다. ▼1940∼1980년대 날씨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혹한'이었다. '동장군'이란 말이 1950년대 주요 키워드로 꼽혔을 정도다. 동장군은 바깥 노동으로 먹고사는 일용직이나 노숙인, 연탄 한 장 살 형편이 안 되는 어려운 이웃들에겐 저승사자만큼이나 무서운 존재다. 하지만 이제는 취업 한파가 키워드가 됐다. 특히 지방의 일자리 시장에는 날씨보다 더 추운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주말 내내 초겨울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국이 꽁꽁 얼었다. 지난 8일 오전 발생한 강릉선 KTX 열차 탈선사고의 원인을 코레일 사장이 한때 기온 급강하로 인한 선로 이상 쪽에 무게를 뒀을 정도다. 이제는 선로전환기 전환 상태를 표시해 주는 회선 연결이 잘못돼 신호시스템 오류가 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다행히 오늘(10일) 낮부터는 추위가 누그러진다고 한다. 그래도 동장군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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