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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KTX 탈선

터키 이스탄불을 출발, 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기차가 유고슬라비아의 외딴 산간지대에서 멈춰 섰다. 탈선이었다. 폭설, 눈사태로 인해 열차가 선로를 이탈한 것이다. '문명의 총아'로 여긴 '오리엔트 특급'이 그랬으니 혹독한 악천후를 인지하게 된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1934년 작)'의 정황이다. ▼그날 밤 탈선한 열차에서 한 승객이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열차에 타고 있던 영특한 탐정 포와로가 탐문에 나서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승객 대부분이 사건에 관계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포와로는 진범을 간파한다. 하지만 다음 역에서 경찰이 들이닥쳐 사건의 정황을 캐묻자 포와로는 이렇게 말했다. “열차가 탈선했을 때 범인이 도망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승객들은 모두 무사했다. ▼강릉선 KTX 열차 탈선이 가뜩이나 어수선한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며 머리를 숙였다. 사건 발생 직후 급격히 떨어진 기온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날씨 탓에 기댔던 코레일 사장은 “사죄의 뜻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했다. ▼KTX 탈선 파장을 보자니 2014년 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된다. 위급한 상황을 간과한 것도 그렇고, 수습도 제대로 하지 못해 끝내 정권이 침몰한 경우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 탐정 포와로는 승객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정의의 저울'이 기울어질 때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저도 생애 처음으로 불균형을 감당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문 대통령이 “강릉선 KTX 사고는 우리의 일상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근본적 불신을 국민에게 줬다”고 한 말이 정부와 정치권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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