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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눈(雪) 맞은 가절(佳節)

건조하기만 한 날이 계속돼 온통 바짝 마른 지경이었다. 화재, 산불 걱정도 그렇거니와 뉴스를 통해 감지하는 세간의 인심 또한 말라비틀어진 정황이다. 하지만 세월, 계절은 한결같이 흐르고 돌아 입춘을 지난 때가 아득하다. 설날에 앞서 맞았으니 분명 지난해였다. 또한 정월대보름이자 절기 우수(雨水)가 어제(19일)였으니 봄기운을 부인할 수 없다. ▼정월대보름날을 '상원(上元)'이라 했다. 연중 가장 상서로운 시기라고 여겨 상원가절(上元佳節)이라 일컬었음은 물론이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시용향악보(時用鄕譜)'에 전하는 고려가요 '야심사(夜深詞)'에 이 시기의 정취가 물씬하다. “풍광난(風光暖) 풍광난(風光暖) 향춘천(向春天)/ 상원가절설화연(上元佳節設華筵)/ 등잔월낙하군선(燈殘月落下群仙)/ 궁루촉수연연(宮漏促水涓涓)/ 화영병주영상(花盈甁酒盈觴)/ ….” ▼풍경이 따스하고 풍광이 따사로우니 봄으로 향하는 하늘이로다/ 정월대보름에 화려한 잔치를 벌인다네/ 등불이 꺼지고 달이 기울어 뭇 신선이 내려오고/ 궁궐 누각을 흐르는 물 또한 거듭 재촉하니/ 꽃무늬로 뒤덮인 술병을 기울여 잔을 가득 채운다/ …. 세상 시름이 범접도 할 여지조차 없는 상원가절 정경이 목청 돋우기에 충분한 분위기다. ▼대설주의보를 동반한 눈발이 상원을 장식했다. 게다가 함박눈이었다. 질척거리기도 했지만 물기 머금은 촉촉한 풍경이 산불 걱정, 가뭄 근심을 덜게 한다. 속설로 전해오는 우수 삼후(三候)는 이렇다. 첫 5일간은 수달(水獺)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5일간은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5일간은 초목에 싹이 튼다는 거다. 긴 겨울에서 깨어나는 모습이다. 사는 형편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루 기운이 솟는 가절이시기를….

용호선논설위원·yon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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