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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육체노동 정년 65세 시대 맞을 준비 돼 있나

대법원이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을 현행 만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989년 12월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5년을 올린 지 30년 만에 이뤄진 이번 판결이다. 우리 사회의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고령화 시대의 본격 개막을 예고하는 이번 판결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은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논의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의 기대수명은 71.2세에서 2018년 기준 82.8세로 늘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통계청 고용통계를 보면 60세 이상 경제활동 인구 비율은 39.3%로 40%에 육박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65세로 상향되며, 기초연금 대상은 이미 6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바뀌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걱정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번 판례가 노동계와 산업계는 물론 일상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칠 파장이 워낙 클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현재 65세부터 받고 있는 기초연금부터 지하철 무임승차까지 199종의 복지제도 수급 기준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산업계 또한 정년 연장과 맞물려 긴장할 수밖에 없다. 노년층이 청년 일자리를 잠식할 수도 있다. 보험과 연금 등에도 연쇄적인 파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은 육체노동 정년 65세 시대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이미 일본은 법정 정년이 65세이고, 독일은 67세다. 고령사회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년 연장과 노인 연령 조정 등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해 적극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기초연금과 장기요양보험 등 복지 혜택과 직결된 문제여서 사회안전망 구축 등 노인 빈곤층에 대한 대책을 먼저 마련하는 게 순서다. 지금부터 노인 연령 상한 등에 대한 본격 공론화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를 비롯한 각 주체는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진통 없이 맞을 수 있도록 해법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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