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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인간 한계'

사상 처음 지구 위의 8,000㎞가 넘는 봉우리 14개를 모두 오르는 위업을 달성한 오스트리아계 이탈리아인 라인홀트 메스너. 전 세계는 그를 '세기의 철인'이라고 부른다. 기록만 가지고 그를 영웅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다. 산소 마스크도, 셰르파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산에 올랐기 때문이다. 산은 그에게 스스로의 정신과 육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곳이었다. ▼1980년 메스너가 최초로 산소 마스크를 쓰지 않고 혼자서 히말라야의 초모룽마를 북쪽 벽으로 오르자 '처음으로 인간이 초모룽마에 올라갔다'고 전 세계는 평가했다. 이후 산소통을 쓰지 않고 K2·시샤팡마·칸첸중가·가셔브룸Ⅱ·브로드 피크·초오유·안나푸르나·다울라기리·마칼루를 차례로 올랐다. 그리고 히말라야는 새로운 루트, 더 어려운 루트를 골라 더 힘든 방법으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무대로 바뀌었다. ▼마라톤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무대다. 마라톤은 인내와 끈기, 노력과 도전정신이 없으면 접근할 수 없는 대서사시와도 같은 스포츠다. 뉴욕마라톤, 런던마라톤, 보스턴마라톤, 로테르담마라톤이 세계 4대 마라톤이다. 1950년 제51회 보스턴마라톤에서 춘천 출신 함기용 선수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의 우승을 기념하는 대회가 매년 춘천에서 강원일보 주최로 열리고 있다. ▼올해는 무박 이틀간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100㎞ 걷기대회가 함께 개최됐다. '철의 행군'에는 300여명이 도전했다. 인간이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독일 철학자 야스퍼스는 '극한상황(한계상황)'이라고 불렀다. 이를 회피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뛰어넘을 때 인간 본연의 실존에 눈뜬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무한한 잠재력을 스스로 깨달았을 것이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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