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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산불 재발 방지책 신뢰, 명확한 원인 규명에 달렸다

고성·속초지역 산불 원인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나와야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아크 불티' 때문이라는 감정 결과를 내놓자 지역사회가 피해 보상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산불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회가 한국전력공사와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과 손해배상 소송 등을 예고했다. 인재(人災)라고 판단한 것이다. 워낙 피해 규모가 크고 재발 방지책 역시 확실하게 나와야 하는 문제여서 적당히 넘어갈 수 없다.

원인 규명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의사가 진단을 제대로 해야 올바른 처방전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가적 재앙, 국민적 관심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해 더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던 사례를 무수하게 경험했고 뼈저리게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 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초 발생지점은 확인됐지만 발화의 요인에 대해서는 관계 당국의 공식발표를 지켜봐야 하는 문제다. 정부가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했지만 보상·배상에 관한 규정·규모가 달려 있어 보통 민감하지 않다. 최초 발생지점은 확인됐지만 발화의 요인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리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재민과 지역사회는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직간접 피해가 워낙 막대한 탓이다.

산불 발생 직후 강원도동해안산불방지센터는 고성군 원암리의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변에 서 있는 전신주의 변압기 폭발이라고 추정했다. 한전 측에서는 즉각 반박했다. 변압기가 아니라 개폐기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고압선을 연결하는 전선에 이물질이 날아와 부딪혀 개폐기에서 스파크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는 '아크 불티' 때문이라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 역시 산불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수사에 돌입해 있는 경찰의 공식 발표를 주목하는 이유다.

한전 측은 자연발화로 보는 정황이다. 그럼에도 국과수 감정 결과와 관련해서는 경찰 수사에 성실히 응한다는 입장이다. 인재로 밝혀지더라도 문제다. 해당 절차를 거쳐 피해 보상이 이뤄지기까지는 부지하세월인 탓이다. 정부가 피해 복구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책임이 지워지는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을 촉구하는 것도 그래서다. 또한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다.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맞춤형 방책을 펴는 것은 상식이다. 설령 자연재해로 판명되더라도 마찬가지다. 대책도 없이 불안하게 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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