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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자랑스럽다, `즐기는 축구'로 희망 일궈낸 청춘들

파죽지세로 오른 결승, 역전패에도 국민 열광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분전이 대한민국의 비전

이전투구 일삼는 기성세대 각성 반면교사

한국의 미래가 새롭게 조망됐다.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최한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데 따른 희망이다. 물론 결승에서 맞붙은 우크라이나에 패해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밤잠을 물리고 경기 중계방송을 지켜본 국민은 '우승과 진배없다'며 환호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축구선수들이다. 이들이 세계 정상 무대에 올랐다. 더구나 FIFA 개최, 전 세계가 선망하는 명실상부한 공인 대회다. 예선에서부터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마침내 결승전에 올랐던 것이다. 전 세계 24개 팀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 나선 우리 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조별 예선 통과, 16강 진출이었다는 것이 축구전문가들의 전력 분석이었다. 우리 대표팀이 안고 있는 상대적 전력이다. 그러나 첫 경기 패배 이후 절치부심해 세계 강호들을 파죽지세로 연이어 격파했다. 아프리카 강호 세네갈과의 8강전은 '미친 경기'라는 평을 받을 만큼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진풍경을 연출했다.

16일 새벽(한국 시간) 폴란드 우치경기장에서 치러진 결승전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1대3 역전패라는 사실에 아쉬워하는가 하면 그것이 현재 한국 축구의 수준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평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남자 축구사상 초유의 성적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고무적인 것은 시름에 겨운 국민을 열광케 했다는 점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도 출신(춘천) 손흥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평정하다시피 한 류현진 등이 우리 국민에게 안기는 위안과 다름없다. 이번 대회에서 '골든볼(최우수선수상)'을 거머쥔 이강인은 이미 우리 청소년들의 본보기가 됐다. 게다가 골키퍼 이광연과 수비수 이재익은 강원FC 소속이다. 이광연은 결승전 직후 현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작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선수로서의 기량도 그렇거니와 마음 씀씀이 또한 기특하다.

어린 선수들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정정용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들의 열정이 비전이다. 올해가 3·1 독립만세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어서 선수단의 쾌거가 더 각별하다. IMF 외환위기 당시 국민이 보여준 희생과 고난극복 정신을 되새겨 보게 하는 분전이었다. 문제는 기성세대다. 이전투구에 빠진 정치권, 제 이익 챙기기에만 골몰하는 경제적 몰염치를 되짚어 보게 함은 물론이다. 기진맥진한 상황에서도 혼신을 다해 분전한 우리 선수들이 '희망의 좌표'다. 비록 고충을 감내해야 할지라도 올바른 민주주의로 다가서야 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이어서다. 우리가 선수들의 투혼에 열광한 것도 그래서다. 기특한 선수단이 오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곳곳에 환영행사가 마련돼 있다. 방방곡곡에 '희망'이 스며드는 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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