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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말(言)의 파급

'식욕' 하면 중국인들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들이 하는 말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와 땅에서 기어가는 기차 빼고는 무엇이든 다 먹는다.” 그러나 석학 이어령의 '디지로그(Digilog. 생각의나무 간)'에 나오는 '한국인들은 무엇이든지 먹는다' 제하의 글을 보면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게 된다. “새해가 되면 떡국을 먹는다. 나이도 먹는다. 마음도 먹는다. 돈도 먹고, 욕도 먹고, 때로는 챔피언도 먹는다. 전 세계가 한 점 잃었다(Lost)라고 하는 축구 경기에서도 우리 '붉은 악마'는 '한 골 먹었다'고 한다. 심리 면에서는 겁먹고, 애먹고 (…) 심지어 남녀관계에서는 '따먹었다'는 저속한 말도 (…).” ▼한 방송 강연에서 이어령 선생이 설명한 대목은 그야말로 기가 막힐 지경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한다. 전 세계에 시간을 먹어 젖히는 사람은 한국인밖에 없어.” 그러고 보면 먹어 치우는 대상만으로도 가히 '신의 경지'다. 시간을 먹다니 이건 '4차 산업'의 근간인 4차원이다. 비행기·기차도 못 먹는 사람들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한글로는 가늠할 수 없는 말의 뉘앙스가 헷갈리게 한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선수단이 귀국했다. '유쾌·상쾌·통쾌한 수다로 마친 젊은 월드컵 여정'이었다고 한 기사 제목이 그렇듯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은 금의환향이 역력했다. 한편 개운치 못한 해명, 설명도 들어야 했으니 선수들을 조율했던 정정용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비난은 지도자인 저에게 해줬으면 합니다.” 일부 선수에게 쏟아진 팬들의 비판에 대한 일침이다. ▼결승전 역전패 원인으로 작용한 플레이를 보인 선수에 대한 비난이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지경이었던 탓이다. “축구팬으로서 충분히 비난도, 비판도 가능합니다. 다만 아직 만들어 가는 청소년 선수들입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죠. 건전한 비판을 해줬으면 합니다.” 전후좌우를 헤아리는 안목도 없는 처지에 알량한 식견을 드러내고자 지껄이는 데 대한 죽비다. 입방아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제격이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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