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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이슬의 계절

'공기 중의 수증기가 식어서 물체의 겉면에 물방울이 돼 엉겨 붙어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전에 나오는 '이슬'의 정의다. 그 존재는 새벽, 아침녘이다. 해가 나면 이내 증발되는 탓이다. 군부로 시작한 독재정권이 서슬 퍼렇던 시절 '방송 부적격'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묶인 노래 '아침이슬'의 처지가 웅변한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 /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 ▼'이슬'의 이미지는 '청순함'이다. '영롱함'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맑음, 순수함을 애써 강조해 '참 이슬'이라 했는데 이게 술기운에 취하게 하니 아리송하다. 불가에서는 감로(甘露)라고 일컫는다. 죽은 사람을 되살아나게 하는 물이라고 인식하니 '윤회'의 기폭제다. 기독교 성경에는 '번영', '은택', '하늘에서 내린 복'으로 나오니 '이슬성신'이다. ▼엊그제(8일)가 절기 백로(白露)였다. 이슬이 즐비하다는 의미다. 계절이 가을에 들어섰음이다. 예부터 백로전미발(白露前未發)이라는 속설이다. '백로 이전에 이삭이 안 나오면 쌀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소출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적합한 시기에 맞는 일을 해야 하는 자연의 순리를 일깨우는 말이다. 백로지절에 가을 장마, 태풍을 맞았으니 야속하다. ▼그런가 하면 탄생 징조다. 임산부가 이슬을 감지하니 출산이 임박했음이다. 반면 '형장의 이슬'이라는 표현도 목도한다. 대개의 사형집행을 오전 이른 시간대에 하는 것을 두고 일컫는 비유다. 호출돼 감방을 나간 사형수가 돌아오지 않으면 내리쬐는 햇볕에 이슬이 마르듯 삶을 마감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새벽길을 걷는 사람이 첫 이슬을 턴다'는 속담이다. 남보다 앞서 나가는 사람의 수고를 이르는 말이다. 각로청수(刻露淸秀)라고 한다. 이슬 맞은 나뭇잎이 속속 떨어져 풍광이 맑게 빼어남이니 시선이 즐거울 테다. 심성 풍경이 그런 계절이시리라.

용호선논설위원·yon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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