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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추석 민심은…'

중국의 요(堯)임금에겐 망나니 아들 단주(丹朱)가 있었다. 홍수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를 칠 때 단주는 배를 타고 이리저리 놀러 다녔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극진했던 요는 단주 대신 나라를 다스릴 현자를 찾아 나섰다. 그러다가 요임금은 순(舜)을 골라 양위를 결심한다. 망나니 아들이 나라 망치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아들을 잃는 쪽을 택한 요임금은 중국에서 이상적인 정치가 베풀어져 백성들이 평화롭게 살았던 태평성세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조국 법무장관'을 선택한 지난 9일부터 또다시 대한민국이 쪼개졌다. 진영 간 극심한 갈등으로 정치판은 난장판이 됐다. '조선경국전'에서는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복종하지만 민심을 얻지 못하면 백성은 임금을 버린다”고 했다. 또 “만일 임금이 천하만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나라에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긴다”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민생도, 외교도, 안보도 걱정이 커지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결정적 실수는 사건을 담당한 특별검사 아치볼드 콕스에 대한 해임이었다. 자신이 도청을 직접 지시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었는데도 어떻게든 사건을 덮으려는 급한 마음에 자충수를 뒀다 민심을 완전히 잃었다. 조바심은 이렇게 분별력을 앗아간다. 어느 날 당태종이 재상 위징에게 물었다. “어떤 군주가 명군(明君)이며 어떤 군주가 암군(暗君)인가?” 이에 위징은 “겸허하게 들으면 총명해지지만 편협한 말만 들으면 우둔해지는 법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중국 춘추시대 주나라 여왕 때 재상 소공은 이렇게 말했다. “무릇 백성은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는 존재이며, 그들이 입으로 말하는 것은 속으로 많이 생각한 연후에 말하는 것입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조 장관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갈수록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연휴에 많은 말을 나눌 것이다. 어떤 판단을 하고 무엇을 말할까.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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