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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양양주민 정권 퇴진운동

황산(黃山)은 중국 동부 내륙 안후이(安徽)성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성산(聖山)이다. 면적은 1,200㎢에 이른다. 대한민국의 명산인 설악산을 3개 이상 합쳐 놓은 크기다. 등반에 짧게는 2박3일, 길게는 5박6일이 걸린다. 황산은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급증하는 등산객으로 중병을 앓으며 환경파괴로 이어졌다. 등산객들의 장기간 체류로 계곡물은 오염됐다. 자연스럽게 환경보호론이 등장했다.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했다. ▼황산의 대변신은 1979년 7월이었다. 중국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5박 6일간 황산을 둘러봤다.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역기능은 보완할 것을 당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요즘 말로 말하면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먹고사는 문제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즉,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꾀하라는 '엄명'이었다. ▼여기서 정책적 대안이 나왔다. '산 위에서 즐기되 잠은 내려와서 자게 한다(山上遊, 山下住)'였다. 누구나 쉽게 황산에 올라 즐길 수 있게 하면서도 등산객이 산속에 머무르는 시간은 최대한 줄여 환경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케이블카였다. 1986년부터 단계적으로 건설됐다. 황산 내 주요 관광 거점에 4개 케이블카 노선이 건설됐다. 산속 곳곳의 임시 가옥은 모두 철거됐다. 케이블카가 운행되면서 관광객은 대부분 당일로 등반을 마쳤다. 환경은 오히려 과거보다 좋아졌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지난 16일 결국 좌초되자 양양지역 주민들이 울분을 토해냈다. 환경부의 케이블카 설치 '부동의' 결정에 강력 반발하면서 문재인 정권 퇴진운동과 설악산 폐쇄 조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진하 양양군수는 이날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소송 등 모든 수단을 통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설악산 일대에서 대대손손 살아온 주민들이 케이블카 설치로 환경이 망가지면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환경을 관리하는 문제만큼 중요하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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