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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에 최악의 가축질병이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다. 베트남, 중국 등의 돼지 농가를 휩쓸고 북한에 이어 국내에서도 처음 발병했다. 악성 가축질병은 일단 발생하면 재앙적 피해를 몰고 온다. 우리의 경우 2010년 구제역으로 2조7,000억원의 피해를 봤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었던 대만은 1997년 구제역으로 돼지산업이 붕괴되다시피 했다. ▼가축질병의 창궐은 우리만의 골칫거리는 아니다. 2013년 이후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국은 일본·이탈리아 등 20여 개국에 이른다. 구제역도 북한·이스라엘 등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광우병은 1986년 영국에서 처음 출현한 이후 독일·그리스 등 40여 개국에서 발병했다. 지금도 전 세계 축산인들이 소류코시스, 럼피스킨병 등 이름도 생소한 질병들과 사투하고 있다. 가축질병이 잦은 이유는 사람과 가축의 이동이 수월해진 데다 공장형 사육 방식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한때는 질병이 창궐하면 “뭔가 문제가 있긴 있는가 봐. 말세야.” 이런 말이 절로 나왔다. 수천 마리의 새가 죽고 수많은 물고기의 사체가 떠오르면 온갖 억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영국의 한 언론은 동물(Animal), 떼(Flock), 묵시록(Apocalypse)을 결합해 '동물 묵시록'(Aflockalypse)이라고 했다. 종말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요한 묵시록'을 패러디한 용어다. 질병을 하늘이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로 읽었기 때문이다.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 경로를 두고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동안 많은 질병의 감염 경로로 동물이 지목돼 왔다. 최근 AI도 그랬다. 철새 탓만 할 뿐이었다. 혹시라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책임도 죄다 말 못 하는 동물이나 결코 책임을 따질 수 없는 북한 탓으로 돌릴 듯싶어 벌써부터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다시는 축산 농가가 마음을 졸이는 일이 없도록 책임 있는 조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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