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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정년 연장

우리나라에서 생애 주된 일터, 즉 근속기간이 가장 긴 직장을 일찍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 외환위기 이후 숱한 조기 퇴직자들이 겪은 시행착오와 소득의 급전직하를 보고 깨달은 직장인들은 이제 명예퇴직을 예전처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 대부분은 노후 소득 대책이 없는 위기의 노년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2016년)은 43.7%로 유럽연합 국가들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를 봉양하느라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들이 많아서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돼 수령자가 절반이 채 안 되고, 받더라도 가입기간이 짧아 '용돈 수준'이다. 그러니 노인들은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사정이 이러니 주된 직장에서 최대한 버텨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고령화 속도도 제일 빠르다. ▼이런 위기감 속에 올 4월 범정부적으로 결성한 인구정책태스크포스(TF)가 최근 첫 결과물로 '인구 구조 변화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년 연장에 무게를 둔 정책 방향이다. 정부는 일본에서 도입한 '계속 고용제도'를 국내에도 도입해 고령자 고용 연장을 2022년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은 2013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종업원이 희망하면 65세까지 고용하게끔 의무화했다. ▼정년을 늘리면 50대 후반 인력의 기술력, 지식 등을 오래 활용할 수 있어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정년 연장이 구직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이들의 희생을 전제로 해선 곤란하다. 여기에다 임금구조 개편, 기업 부담 등 고려해야 할 요소 하나하나가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들이다. 섣불리 방향과 목표를 정해 놓고 추진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정년 연장에만 초점을 맞추면 근로자나 정부의 부담을 기업이 분담하는 차원에서 그친다. 청년 세대와 겹치지 않는 5060세대 재취업 시장을 활성화해 그들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베이비부머를 보는 그들의 시선도 바뀐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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