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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가스경보기, 돈벌이에 안전 희생되는 일 없어야

모든 숙박업소 내년부터 설치 의무화

시중 유통 14개 제품 중 상당수 성능 미흡

人災 예방은 국민 안전의식이 가장 중요해

지난해 12월 수능을 끝낸 고등학교 3학년 동급생 10명이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강릉의 펜션에서 3명이 숨지고 7명은 중환자실에 눕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펜션의 가스 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틈새가 어긋나 외부로 배출돼야 할 배기가스가 실내로 스며들었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었다. 푸른 꿈을 마음껏 펼쳐야 할 청춘들이 하룻밤 새 꺾여 버린 비극에 우리 모두 가슴이 미어졌다. 대한민국의 안전관리 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 있는 듯한 사고였다. 가스경보기만 설치돼 있었더라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였다.

안전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모든 숙박업소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숙박업소의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내년부터 시행될 개정안은 가스보일러 등 가스 사용 시설을 새로 설치하거나 교체 설치할 경우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 시설도 대상에 포함된다. 위반 시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소방청의 형식 승인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어야 한다. 하지만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보기의 성능 탓이다. 강릉 펜션 참사 이후 대부분의 업소가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경보기를 설치했지만 기준에 미달된 제품이 많다. 실제로 올 4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일산화탄소 경보기 14개 제품을 대상으로 한 성능 시험 결과에서도 상당수 제품의 경보 성능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3곳 정도가 소방청의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경보기를 설치한 곳에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내 자식의 목숨이 달려 있고 내 가족이 자는 집에 설치해야 한다면 이렇게 허술하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리만 좇으며 안전을 등한시하는 사업자에게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 도입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돈벌이에 국민의 안전이 희생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

사후약방문 처방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사업자들의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안전불감증'이라는 고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무리 가스경보기 설치를 촘촘하게 해도 허점은 있기 마련이다. 선제적으로 위험 요소를 찾아내 미리 방비하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다. 안전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논의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사고 공화국'에서 탈출할 수 없다. 반복되는 인재(人災)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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