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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소통 행보'

2013년 초 미국의 '시퀘스터(Sequester·연방예산 자동삭감)' 발동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이 협상을 타결 짓지 못하면 3월1일을 기해 연방정부의 예산 850억 달러가 자동삭감될 상황이었다. 제2의 재정절벽으로 불리는 시퀘스터는 당장 약 100만 개에 달하는 미국민의 일자리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국방정책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로드쇼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장외 여론전을 통해 공화당을 압박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같은 위기에 처하자 공화당 평의원, 상원의원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개별설득에 나섰다. 대부분 만족해하는 표정이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라는 나의 제안을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오바마 정부는 단기 잠정예산법안을 통과시켜 급한 불을 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소통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여야 5당 대표와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오는 19일에는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오히려 '불통 대통령'의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정치의 요체는 묻고 답하기다. '쇼통'이 아닌 진정한 '소통'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혜안이 필요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벤 버냉키 의장은 Fed 설립 이래 97년 만에 처음으로 2011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버냉키는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시장소통 없이는 어떤 정책도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판단이었다”고 회고했다. 버냉키의 소통 노력은 위기 극복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진솔하고 격의 없는 국민과의 대화를 기대하며 마음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부디 안팎으로 시련에 처한 대한민국이 난관을 헤쳐 나갈 힘을 모을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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