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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생존권 외면당한 접경지역, 평화지역 될 수 있겠나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주민 1,000여명

농축산물 군부대 납품 확대 등 요구 '상경집회'

국방부, 실현 가능한 것부터 검토해 나가야

6·25전쟁이 끝났지만 휴전선에 접해 있는 강원도 내 접경지역(평화지역)은 지금도 '냉전'을 이어가고 있다. 남북이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 극한 대치 상황이 벌어지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접경지역의 분위기와 지역경제는 하루도 평안한 적이 없었다. 국방개혁 공동대응 접경지역 5개 군(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군) 비상대책추진위원회는 지난 4일 청와대와 국방부 앞에서 지역 주민과의 소통 노력 없이 군부대 해체 및 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국방개혁 2.0을 강력히 규탄하고, 그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국방개혁 궐기대회를 가졌다.

이날 상경집회에는 접경지역 5개 군의 상가, 숙박·민박, PC방 등의 업주와 주민 등 1,000여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앞 집회에서 접경지역 5개 군 비대위원장과 도 접경지역협의회는 정부 국방개혁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통해 군부대 이전 및 해체에 따른 정부 차원의 상생방안과 접경지역 법령 및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국방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가슴으로 들어야 한다. 국방부는 군(軍)병력 절감에 따른 군 구조의 개편 및 군부대의 재배치를 통한 군 개혁을 추진 중이다. 군부대의 재배치는 주둔지역의 병력 감소를 가져와 특히 군 밀착형 경제구조를 보이고 있는 접경지역의 지역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여기에다 접경지역은 이중 삼중 규제로 지역 개발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도가 '평화지역'이라고 명명했지만 엄연한 접경지역이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대개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러한 특수성을 극복하고자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이조차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규제가 견고하다. 접경지 주민들은 평생 이를 감내하고 살아왔다.

국방개혁은 이들을 살려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접경지역은 인구가 줄고 있는 곳이다. 국방개혁으로 인구와 지역경제에 타격을 받아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의 통일과 평화의 전초기지인 접경지역이 자칫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정부가 앞장서서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하는 시급한 현안이다. 정부는 접경지 주민들이 요구하는 국방개혁 피해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 접경지역 지원단 구성, 접경지역 농축산물 군부대 납품 확대, 접경지역 위수지역 확대 유예, 평일외출 제도 확대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올려놓고 당장 실현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지역 발전이 가능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인구 감소와 환경 변화에 따른 국방개혁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수십 년간 안보를 이유로 희생을 강요당했던 접경지역을 위한 과감한 발전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악순환의 굴레는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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