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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검찰 인사 후폭풍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 때다. 당시 공자로 불린 신릉군 무기가 위왕과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변방에 봉화가 올랐다. 왕은 다급했다. 조나라 군대가 쳐들어오는 것으로 여겼다. 왕은 바둑판을 밀쳤다. 이때 무기가 “조나라 왕은 사냥을 할 뿐 침략하려는 게 아닙니다”라고 했다. 왕이 “어떻게 그걸 아느냐”고 묻자 무기는 “신의 빈객 중에 조나라 궁정에 정보원을 가진 자가 있어 조나라 왕의 동정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일로 위왕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따르고 있는지를 알았다. 하지만 위왕은 그에게 나랏일을 온전히 맡기길 꺼렸다. 그의 능력이 두려웠던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열전' 위공자열전이 전하는 내용이다. ▼링컨 미국 대통령은 남북전쟁 시기에 전쟁 장관으로 전임 대통령 시절 검찰총장이었던 에드윈 M. 스탠턴을 임명했다. 한때 자신을 '켄터키 촌놈'이라고 놀렸던 인물이다. 스탠턴은 남북전쟁에서 탁월한 전략으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장관 시절에는 자신의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 링컨 대통령에게 '저주나 받을 바보'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스탠턴은 링컨에 대해 '인간을 가장 완전하게 다스린 사람'으로 회고(回顧)했다. ▼링컨은 1860년 대선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당 안팎의 정적(政敵) 다섯 명을 장관 등 요직에 임명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쓸 만한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등용되는 일은 한낮에 이슬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권력 주변에는 늘 해바라기들이 설쳐 댄다. 주군의 눈을 가려 일을 그르치게 한다. 그래서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 했다. ▼최근 검찰 인사의 후폭풍이 거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핵심 참모들을 대거 교체하는 내용의 고위직 인사를 하고 후속 인사도 예정된 가운데 “윤 총장의 수사팀을 해체하지 말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 6일 게시판에 올라온 이후 12일 오후 4시 기준 10만3,068명이 동의했다. 검찰 인사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번질지 주목된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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