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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과대포장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지난해 작고 50주기를 맞아 폭넓게 재조명된 신동엽 시인의 대표작 '껍데기는 가라'의 메시지는 시대를 넘어 여전히 호소력을 발한다. 정국이 그렇거니와 세간의 관심이 4·15 총선에 쏠린 것도 마찬가지다. 껍데기와 알맹이를 제대로 판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장, 화장(化粧)은 본래가 부실한 탓이다. 물론 알맹이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고 잘 보이려는 갸륵한 정성을 따져보게 된다. 허세·허풍·허위가 허당으로 귀결되기 마련이어서다. 지난해 11월26일자 북한 노동신문에 나온 '솔직성과 고지식성은 혁명가의 중요한 품성' 제하의 논설이 그랬다. “허풍쟁이들은 예외 없이 공명 출세주의자들이고 아첨쟁이들이다. (…) 가식과 아첨이 많고 약삭빠른 사람들은 순탄한 시기에는 열성을 내고 만세를 부르다가도 준엄한 정세가 조성되면 예외 없이 당의 권위, 혁명의 이익보다 일신의 안락을 먼저 생각하고 나중에는 당과 혁명을 배신하는 길에 굴러떨어지게 된다.” ▼민족 최대 명절, 설을 앞두고 선물세트 과대포장 집중 단속이 실시되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이 관련 기관, 검사 전문 연구원들을 참여시킨 합동점검팀을 꾸려 포장의 과잉 여부를 가려낸다고 한다. 우선은 눈으로 감식해 '의심' 상품으로 분류, 이에 대한 정밀 검사를 벌인다는 것이다. 과대포장으로 판명되면 경고 없이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를 공개한다니 날벼락을 경계할 일이다. ▼'제품 포장방법 기준 등에 관한 규칙'도 당연히 제시돼 있다. 제품 종류에 따라 외모 규격의 65~90%를 내용물로 채워야 하고 포장은 2회 이내여야 한다. 적정 이상의 포장, 과도한 감싸기는 과유불급이다. 포장 재료비가 제품가격에 포함,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금보리견시(錦褓裏犬屎)라 했다. 애써 전한 정성이 '비단보에 싸인 개똥'으로 취급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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