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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설 민심'

실학의 선구자 다산 정약용은 “정치가 퇴폐하면 백성은 곤궁해지고 나라 또한 가난해지며 세금이 가혹해져 결국 민심은 이탈하고 천명(天命)이 떠나 버린다”고 했다. 민심이란 백성의 뜻, 곧 여론이다. 며칠 있으면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이다. 벌써부터 총선을 앞두고 설 민심 잡기에 나선다며 여야가 난리다. 모두가 즐겁게 고향을 찾을 수 있는 설이라면 결코 민심을 걱정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민본주의를 최초로 제기했던 맹자는 국가 구성요건의 첫 번째가 백성이라고 했다. '백성의 입을 막기란 물길을 막기보다 힘들다(防民之口 甚於防水)'.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침대 옆에 두고 틈만 나면 읽는다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한번 민심을 잃으면 홍수보다 더한 재앙이 몰아닥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정점을 찍는 한마디는 '가장 못난 정치가는 백성과 다투는 자다'. ▼민심을 알 수 있는 여론조사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민심을 형성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는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후보는 플러스알파의 지지를 더 얻을 수 있다.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덕분이다. 여론은 구속력이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대세가 그렇다면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설을 앞두고 여론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조작하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당시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9·11 테러' 등으로 국론이 갈라진 미국민에게 '담대한 희망'과 '변화'라는 새 비전을 제시해 민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여야는 20대 국회에 크게 실망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권력만을 잡기 위한 정치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부디 이번 설 연휴에 민심을 얻고자 한다면 이 말부터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정치도 허상에 불과하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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