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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민족 대이동'

설 연휴가 시작됐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 결과 총 3,279만명의 민족 대이동이 예상되고 있다. 설날에 제를 올리는 것을 차례(茶禮)라 하고, 새 옷 입는 것을 세장(歲粧)이라 했다. 어른 찾아뵙는 것을 세배(歲拜)라 하고, 시절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세찬(歲饌), 이때에 마시는 술을 세주(歲酒)라 했다. 옛날에는 설날은 해와 달과 별이 사계절을 처음 운행하는 때라고 여겼다. 봄이 시작되는 날이고 만물이 생장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설날에 새해 각오를 다졌던 이유다. ▼중국에서도 춘절 연휴(24~30일)를 맞아 민족 대이동이 벌어지고 있다. 연인원 30억명이 이동할 것이라고 하니 엄청난 규모다. 중국인들의 “고향 앞으로∼”는 지난 10일부터 시작됐다. 춘절 귀향, 귀성을 돕기 위한 설연휴 특별수송기간인 '춘윈(春運)'기간도 이날부터 2월18일까지 총 40일간이다. 귀성객들은 가족, 친지와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야외광장에서 10시간 이상 기차를 기다리는 고생쯤은 즐거운 고통(?)으로 여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최대 명절은 르바란이다. 이슬람력 10월인 샤왈 1일부터 시작된다. 이 기간 고향으로 돌아가는 수천만명의 행렬이 이어진다. 지방간선도로에서 3∼4일을 허비하는 것은 예삿일이다. 버스와 항공기 등 이동수단이 턱없이 부족해 열차의 화물칸, 지붕, 화장실에도 사람이 넘쳐 난다. 인구의 83%가 무슬림인 방글라데시에서도 매년 라마단 기간에 민족 대이동이 이뤄진다. 어린아이와 짐을 붙들고 기차 지붕에 올라가 귀향하는 장면은 눈이 휘둥그레지게 한다. ▼상인들은 추석 대목경기가 실종됐다고 하고, 서민들은 생활이 갈수록 궁핍해진다며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올 설이다. 사나운 세파 탓에 귀향길 발걸음이 가볍지 않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덕담이라도 미리 준비해 놓자. 고단한 일상의 무게에 짓눌리다 고향을 찾는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 줄 수 있는 마음이 가장 필요한 시기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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