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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싹튼 감자 팔기

대표적인 구황작물·식품이다. 감자다. 흉년이 들어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을 때 요긴한 식료다. 생육조건이 그리 까다롭지 않을 뿐더러 불순한 기상조건에서도 상당한 수확을 얻을 수 있으니 고맙기만 하다. 인류사적 대재앙 '아일랜드 대기근(1845~1852년)'의 요인이 '감자잎마름병'이었다. 감자를 주식으로 먹었던 사람들이다. 구황식품마저 구하기 어려웠으니 생명 부지가 여의치 못했다. 무려 100만명이 굶어 죽었다. ▼컴컴한 주방, 식구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뭔가를 먹는 모습이 숙연하다. 고흐의 그림 '감자를 먹는 사람들'이다. “나는 아주 흐릿한 램프 아래서 감자를 먹는 이 가족이 땅을 일구던 바로 그 손으로 음식을 먹는 모습을 강조해서 그리려고 했어. 이건 바로 보통 농부들의 모습이고 또 그들이 얼마나 정직하게 그들의 음식을 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 그림 작업을 끝낸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적힌 소회다. “이전에 그린 작품들은 모두 습작이었다. 이 작품이 나의 첫 작품”이라며 만족해했음은 물론이다. ▼곤혹스러운 처지, 난감한 사안을 마주했을 때 하는 말이다. '뜨거운 감자'다. 영어 '핫 포테이토(Hot-potato)'에서 유래했다. 식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에는 뜨거운 기운이 여전해 입에 넣고 덥석 베어 물기라도 하면 목구멍이 너무 뜨거워 뱉을 수도, 그냥 삼킬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에 비유한 시사용어로 활용한다. ▼'불량감자',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었다. 그렇다고 도민들이 '부실한 사람'을 도백(道伯)으로 뽑은 우(遇)를 범한 것은 결코 아니다. 본인 스스로 자신을 낮춘 겸손이었으니 말이다. 최 지사가 재고 감자 팔아주기 수완을 한껏 발휘해 화제다. 순식간에 완판 했고 보면 장사 소질이 보통이 아닌 듯하다. 더구나 봄기운에 따라 이미 싹이 튼 감자, 머지않아 폐기처분해야 할 지경인 것을 팔았으니 기적과 다름없다. 코로나19 사태로 민생, 먹고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역시 거뜬히 해결하는 수완 발휘를 주문하게 된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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