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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대공황'

대공황은 1929년에 시작돼 1939년까지 세계적으로 지속됐다. 발단은 미국이었으나 모든 국가가 심각한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가장 큰 재앙은 실업률이었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은 1929년 3% 수준이었으나 공황의 수렁이 깊었던 1933년에는 25%였다. 1933년 농업부문을 제외한 실업률은 무려 37%에 이르렀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 3명 가운데 1명이었으니 그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처참한 지경이었다. ▼1929년 10월 미국의 주식 대폭락이 일어나기 불과 1주일 전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미국 경제가 영원한 정점에 도달해 있다고 상찬했다. 하지만 오만의 대가는 너무도 컸다. 그로부터 3년 뒤 미국의 국부는 50% 이상 파괴됐다. 지금 우리는 해외 언론의 코로나19 모범 대처법 칭찬에 취하고 있다. 한계기업체, 한계자영업자가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갔다고 진단한다. 저성장·저금리·저물가 등의 뉴노멀(New-Normal)로 돌입했다. 가뜩이나 경기 하강 조짐을 보이던 한국은 충격파가 더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자금난과 금융시장 신용경색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4월은 기업들이 전년도 결산을 마무리하고 대거 자금 조달에 나서는 시기다.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1991년 이래 최대인 6조5,495억원에 달한다. 영세자영업자들에게는 벌써 코로나발 보릿고개가 시작됐다. 더 이상 가게 운영에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과 자영업자의 '도미노 붕괴'는 실업률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불황에는 근로자가 가진 기능을 발휘할 기회가 줄게 돼 잠재적 실업이 급증하고 사회적 부담이 된다. 한마디로 재앙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임계점을 향하고 있다. 임계점을 지나면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물이 온도와 압력의 영향으로 수증기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잠시라도 방심한다면 코로나발 공황의 그림자는 삽시간에 우리 경제를 집어삼킬 것이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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